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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축성 생활 담화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5-01-26 조회수 : 2126

   축성 생활은 비상구를 찾기 위한 삶이 아니라 영성을 필요로 하는 삶이다.

 

   2015년은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축성생활자들에게 축성된 자로서 사명으로 드러나는 신원, 신원으로 주어지는 사명의 물음을 쇄신이라는 삶으로 답을 해야 하는 해입니다.

   이 물음은 이미 벌써 던져진 물음이었지만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시대에 구체적으로 내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을 찾으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세상의 변화에 성급하게 응답한 결과로 공동체와 개개인은 부르심을 받은 이로써 우리의 사명과 신원이 누구로부터 주어졌고, 그 주어진 것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 카리스마 안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는 오늘날 축성 생활을 하는 이들이 성령으로부터 주어진 각각의 고유한 선물인 카리스마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로서 따름의 여정을 재촉하기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기능적인 삶을 더 선호함으로 따름의 여정이 머묾의 여정으로 자리매김한 결과라 봅니다.

   이것은 성령의 선물로 주어지는 각각의 고유한 생활방식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로서 도전적이지 못하고 안정을 더 추구한 다양성을 거부한 획일적인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따름이 아닌 머묾으로 주어진 삶의 방식은 오늘날 축성 생활을 하는 이들의 생활방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첫 번째가 하느님 중심의 신비적이고 비유적인 삶에서 관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이해 중심적 삶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삶은 따름으로 주어지는 수많은 요소들을 영성적 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이성적 사고로 평가함으로써 축성 생활을 하는 이들의 가치체계를 변질시켰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오늘날 많은 축성생활자들의 사고가 시대의 비유로서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고에서 기능적 전문성을 더 중시하는 사고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수도자들에게 가치적인 삶을 잃는다는 것은 영성적인 삶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수도 생활이 싱겁고 무의미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오늘날 축성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세상을 닮아감으로 잃어버린 ‘비유로의 삶’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동체 생활이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영성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적이다.”라는 것과 공동체의 체험과 실천은 하느님 나라의 핵심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동체 생활로 허락되는 많은 가치의 요소들, 겸손과 인내, 용서와 화해 그리고 희망과 기쁨 등이 약화되었거나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오늘날 축성생활자들의 삶의 형태가 일을 위한 전문성으로 직무의 다양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일 위주의 직무의 다양화는 공동체의 시간표와 형제애적 삶의 리듬을 축소하거나 생동감을 잃게 하였습니다. 
   이런 현실은 개인주의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동체의 삶은 영성적인 것을 위한 목적을 공유하는 삶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목적으로서 영성이 빠진 공동체 생활은 공동체라는 장소와 시간이 영적·육적인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소와 시간이 되지 못하고, 순전히 육적인 피로를 해결하는 장소와 시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공동체가 갖는 수많은 가치들, 겸손과 인내, 용서와 화해, 희망과 기쁨 등이 약화되었거나 사라졌다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 영성이 본질적으로 공동체성을 가진다면 당연히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겸손과 인내, 용서와 화해, 희망과 기쁨이라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체험할 수 있는 공동체라야 합니다.

 

   세 번째는 복음적 청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 교종께서 오늘날 축성생활자들에게 청빈을 준수하지 못함으로 초래하는 이유로 제시하신 내용들은 ‘청빈을 서원한 자들이 나눔과 투신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청일 것입니다. 
   실제로 나눔과 투신에 인색하게 될 때 복음적 청빈은 봉헌한 이와 이웃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실제로 우리들의 나눔과 투신의 형태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자기실현이라는 욕망 사이에서 늘 방황하는 이로 비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따름의 여정이 가치보다는 실용을 더 앞세워 복음적 청빈을 말하곤 합니다.
   과연 따름이 세속적 안정을 위한 삶을 선택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쁜 소식을 전하므로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삶인지 깨어있는 자의 삶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복음적 청빈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전적으로 하느님께 의지하겠다는 순수한 봉헌의 표지인 동시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재료입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많은 세속적 유혹이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축성 생활을 살아가는 자들로서 우리의 신원과 사명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복음적 청빈의 기준이 되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봉헌’이라는 열정적인 삶으로 우리의 신원과 사명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는 삶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복음적 청빈의 삶을 산다면 우리의 신원과 사명은 보다 분명함으로 자신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고 공동체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축성생활자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생활은 비상구를 찾기 위한 삶이 아니라 영성을 필요로 하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황 석 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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