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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2회 생명주일(2012.5.6.) 담화문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12-04-26 조회수 : 1935

“응급(사후)피임약은 낙태약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 우리는 제2회 생명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생명주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임신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을 일관되게 존중하고 보호하는 사회가 되기를 지향하며 한국 주교회의가 제정한 주일입니다.

2. 최근 우리 사회는 ‘응급(사후)피임약’ 사용이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의 약효 자체가 반생명적이고 폭력적임에도 이미 음성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응급피임약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을 처방받는 여성의 80%가 미혼이고, 그중 10대가 20%, 20대가 67%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응급피임약을 단순한 사후 일반피임약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10∼30배 더 많아서 구토, 복통, 두통 등 일시적인 부작용 이외에도 생리 과다, 이상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미혼여성들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응급피임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 생리 불순, 불임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약의 실패율도 5〜45%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이 약은 낙태로 가는 지름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응급피임약은 남녀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여 수정된 인간 생명체인 배아의 착상을 막기 때문에 실상 이 약은 ‘조기 낙태’ 또는 ‘화학적 낙태’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00년에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응급피임약을 배포하고 처방하고 복용하는 행위는 낙태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임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3. 2001년, 정부는 응급피임약 시판을 허가하면서 의사의 처방 없이는 응급피임약이 판매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응급피임약 대부분은 일반 약국에서 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근 응급피임약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여 일상화되고 있고, 응급피임약 사용률(5.6%)이 일반 피임약 사용률(2.8%)을 상회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거기에다 최근 대한약사회와 일부 시민 단체는 낙태율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존엄하고,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은 일관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합니다(한국천주교생명운동지침서, 10항). 과거에 정부는 인구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30여 년 동안 비윤리적인 인공피임과 낙태를 조장하거나 방관하면서 오늘날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생명경시풍조 만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였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왜곡된 성문화가 만연하고, 낙태마저 다반사가 되어 매일 1,000여 명의 태아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교육계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중단하고, 응급피임약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합니다. 교육계는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으로서 성·생명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성의식이 왜곡되면 바른 인성이 형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사회나 제약회사도 경제적 이득에 앞서 먼저 청소년들의 건강과 건전한 성윤리를 걱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가정에서도 부모들은 성은 사랑의 길을 지나서 생명을 지향할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음을 삶으로써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성·사랑·생명이 연속체적 하나임을 체득시켜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4. 인공피임은 윤리적으로 부당하며, 낙태는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부도덕한 악행입니다(생명의 복음 57항 참조). 응급피임약 역시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낙태약입니다(한국천주교생명운동지침, 23항). 마더 데레사는 이 세상에서 평화를 깨뜨리는 가장 큰 폭력은 낙태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눈에 드러난 학원 폭력을 용납할 수 없듯이, 낙태나 응급피임약처럼 눈에 드러나지 않은 폭력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비록 멀고 험하더라도 정도를 가야 하듯이, 생명을 존중하고 올바른 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이 길을 가야 합니다. 참된 행복은 바로 생명의 길에 있기 때문입니다(신명 30,19-20 참조).

오늘, 생명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이 땅의 생명 수호자가 되고, 생명 문화 건설에 앞장서기를 희망하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생명 수호에 헌신하는 모든 분들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5월 6일

제2회 생명주일에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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