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매년 우리가 부활축제를 준비하며 지내는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핵심인 사랑을 실천할 숭고한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별히 사순 시기 동안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고통과 수난에 깊이 동참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고 있으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기도를 바치는 것은 물론, 단식과 절제 그리고 자선을 통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매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자유(진리의 광채, 34항; 사목헌장, 17항)와 보다 인간적인 삶을(백주년, 47항) 찾아 북한에서 탈출한 많은 주민들이 중국 국경 수용소에 수감된 후 다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어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자유와 행복을 찾아 탈북한 수많은 동포들이 제3국을 떠돌며 불안에 떨며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늘 공안 당국이나 경찰의 감시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체포되어 북송되거나 감옥에 갇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언론 매체를 통해, 강제 북송된 주민들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개 처형을 당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남북한이 서로가 끊임없는 불신으로 대치하고 있는 정치 상황에 따른 시대적 희생자들입니다.
현재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문제로 인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있고, 이 상황의 북한 주민들은 식량부족과 인권유린으로 인해 나날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더욱이 많은 어린이들은 아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기회만 되면 북한을 탈출하려고 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다가 죽음에 처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저는 수원교구민들이 이번 사순 시기 동안 ‘중국 국경 지역의 몇몇 수용소에 갇혀 북한 송환의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 주민들과 제3국을 떠도는 탈북 주민들, 그리고 지금도 인간의 존엄성(가톨릭교회교리서, 1934항 참조)을 잃어버린 채 북한에서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 특별히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한 지향을 갖고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또한 북한과 관련된 국가들에게는 ‘수용소의 탈북 주민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모든 인도주의적 조치를 우선 취하고 선택하도록’(지상의 평화, 47항에서 48항 참조) 간절히 요청합니다.
수원교구민들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제안으로 2008년부터 한국 천주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랑의 단식재 권고일인 사순 제5주간 금요일(3월 30일)에, ‘탈북 주민들과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 지향’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희생과 절제, 단식과 자선을 통해 사랑을 실천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각 본당과 기관에서도 이러한 지향을 갖고, 다가오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특별헌금을 통해 사랑과 정성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헌금은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통하여 탈북 주민들을 지원하고, 북한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데 쓰일 것입니다.
수원교구민이 실천할 이 고귀한 사랑의 실천은 거룩한 사순 시기 안에서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우리에게 더욱 뜻깊은 일이 될 것이며,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하고 더욱 풍요롭게 이끌어 줄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2년 3월 18일(사순 제 4주일)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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