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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농민 주일 담화문(2011년 7월 17일)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1-07-13 조회수 : 2357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16회 농민 주일 담화문
(2011년 7월 17일)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열여섯 번째 맞이하는 농민주일입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복을 내려주신 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창세 1, 29). 이렇듯 본래 우리 인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땅을 일구고, 맡겨주신 뭇 생명을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오늘 농민주일은, 땅에서 나오는 생명의 양식을 먹고 마시며 하느님의 모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과, 생명의 양식을 가꾸며 창조의 모습에 가장 합당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을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땅에서 나오는 모든 소출을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가 자신의 생명을 완성하도록 복과 소명을 주셨지만(백주년 6항), 오늘날 세상의 현실은 하느님의 뜻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가 10억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최근 잦은 기후 변화로 인한 이변과 이에 따른 식량 생산국들의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에 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곡물 메이저와 초국적 농·식품 복합 기업들이 식량을 독점하고 식량을 무기화하면서 가난한 나라의 식량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농촌과 식량 사정도 우려할 만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식량을 만들어내는 농지의 면적과 농촌 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현재 농촌 인구는 306만 7,741명 수준(2009년 기준)이고, 이는 전체 인구 대비 6.4%에 불과합니다. 농사지을 땅도, 사람도 부족한 가운데 더욱 큰 문제는 26.7% 수준의 상당히 낮은 식량 자급률입니다. 이는 지금 당장 식량 전쟁이 발생해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해야 한다면, 국민의 4분의 3은 생존에 필요한 곡물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합니다.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양식의 터전인 우리의 농촌과 식량 사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난 해 우리나라도 기상 이변으로 인한 일조량 부족으로 모든 작물에 걸쳐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구제역 파동과 정부의 개방 농업정책, 그리고 농지를 빼앗은 4대강 사업 등으로 우리 농민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고 힘들어졌습니다.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농민들의 어려운 상황에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산업화로 피폐해진 농촌의 사정을 우려하며 요한 23세 교황께서는 1961년,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 농업이 안정되려면 반드시 품위 있고 안락한 가정생활에 적절한 수입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였고(143항),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도 ‘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해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어려움을 겪는 “소농(小農)들과 그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적절한 농촌 개발 전략을 마련해야”(10항)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가 안팎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돕는 일은 나와 무관한 시혜적인 행위가 아니라, 바로 우리 스스로를 돕는 일이기도 합니다. 농민들은 ‘농부이신 하느님(요한 15, 1)’의 뜻에 따라 오늘날 식량위기 시대에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한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내는 성직(聖職)을 실천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농민주일을 맞아 다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농촌이 살아야만 도시에서의 삶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농촌 생활 공동체의 농민들이 안전한 생명의 먹을거리를 도시 본당 공동체 신자들과 나누며 서로의 ‘생명’과 ‘생활’을 책임지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도·농 공동체 운동’이야말로, 식량 위기와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이 운동을 통해 먹을거리 오염과 불신으로 얼룩진 상황을 극복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 속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복음적 나눔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러한 도시와 농촌의 나눔과 섬김이 커져 나갈 때 우리 농업과 농촌이 살아나고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의 복과 생명을 모두가 함께 충만하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농부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이 우리 농민들과 도시의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1년 7월 17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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