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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0년 성서주간 성서위원장 담화문

작성자 : 수원교구 작성일 : 2010-11-16 조회수 : 1873

[담화] 2010년 성서주간 성서위원장 담화문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제26회 성서 주간 담화문
(2010년 11월 21일~27일)

 


생명의 말씀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1. 그리스도의 제자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 모든 피조물은 이로써 생명을 얻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인간을 가장 귀하게 창조하시며 당신의 모상과 숨결을 넣어주시고, 손수 에덴 동산을 마련하시어 인간이 가장 적합한 자연 환경 안에서 살게 하셨습니다(창세1-2장). 이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피조물이 본성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행복의 원형 상태입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창조된 모든 피조물의 행복한 원형을 죄로 파괴하였습니다(창세 3장). 그로 인해 인간은 하느님과 자기 자신과, 이웃과 자연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죄로 인해 발생한 파멸과 위기는 서로 연대성을 띠고 인류를 위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보내시어 인간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시고, 위기를 경고하시고, 상처를 치유하시고 관계를 회복시키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과 계약을 맺으심으로써 인간이 자발적으로 당신 말씀을 따르도록 안배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는 그분께서 당신을 배반한 인간에게 먼저 다가오셔서 다시 계약을 맺자고 하시고 죽어야 할 운명에 처한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는 경탄의 역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요한 3,16)를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으로 세상에 주셔서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이를 구원받게 하십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는 누구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요한 6,47)과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요한 6,47-58)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말씀을 듣고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고 불평하면서 주님을 떠났지만, 시몬 베드로는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하고 고백하였습니다.

 

  2. 그리스도의 제자는 말씀의 선포로 예언직을 수행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말씀의 그물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초대받아 예수님을 따랐습니다(마태 4,18-22). 예수님께서는 무엇보다 당신의 ‘말씀’으로 제자들을 양성하시고(마태 5,2-7,27), 그분의 말씀을 듣는 모든 이들이 권위 있는 가르침에 몹시 놀랄 정도입니다(마태 7,28-2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마태 10,5-15). “가서 ‘하늘 나라가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마태 10,7). 또 파견 중에 어느 사람의 “집에 들어가면, 먼저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마태 10,12). 또 박해를 당하거나 법정에 서는 일이 일어나도 두려워하지 말고, 그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성령께서 일러주실 것이라고 용기를 주셨습니다(마태 10,17-19). 또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하시며,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마태 10,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갈릴래아의 산에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ㄱ) 하고 말씀하십니다.


  바오로 사도도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1코린 1,17) 하고 증언하였습니다.

 

  3. 그리스도의 제자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모든 피조물에게 선포합니다.


  생명의 말씀은 인간에게 내면의 위로뿐 아니라,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 하느님과 모든 이웃과 화해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게 합니다. 생명의 말씀은 인간을 품고 있는 자연과 우주 모두를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향한 그 첫 번째 출발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지구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향하여 자연과 더불어 이웃을 사랑하며, 하느님의 생명을 공유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세상을 사랑하는 것은, 먼저 하느님께서 당신의 성자를 내어주실 정도로 사랑하신 세상이기 때문입니다(요한 3,16). 사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창조하신 우주 만물을 보시고, “좋았다” 하셨습니다. 시편 작가는 하느님의 작품인 우주 만물이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는 합창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며 우리 모두 하느님을 찬미하자고 외칩니다. 우주는 하느님이 만드셨기에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인간은 이 아름다움과 조화를 아끼고 보존해야 하고, 모든 피조물에게 이 사실을 선포해야 합니다.

 

  4.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영원한 생명을 향한 동반자들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자연재해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환경 재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찍이 요한 23세 교황께서는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은 자연을 파괴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선익을 위하여 인간에게 자연을 맡긴다는 말씀이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또 1963년에 발표한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도 이런 가치들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의 창조물들은 단지 인간의 필요를 위한 도구적 존재가 아님’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인류의 빛」, 36.41.48항).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87년에 발표하신 회칙 「사회적 관심」에서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모든 종류의 사물을 인간의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사용해서는 안 되며, 각 사물의 본성과 그것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상호연관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밝히면서 환경 보전을 위한 ‘도덕적 요청’을 하십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교황님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모든 지면을 환경 문제에 집중하십니다.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모든 행위가 기후 변화, 사막화, 농촌의 황폐화, 하천과 지하수의 오염, 생물 다양성의 상실, 자연재해 증가, 적도와 열대 우림 지역의 남벌 환경 난민 증대 등의 악화로 나타남을 심각하게 걱정하십니다(1-4항).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생명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고 선포함으로써 모든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동참하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생명의 말씀 선포로써 교회가 가진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자연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입니다. 이 위기는 곧 주님 제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도전이며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성서주간을 맞아, 그리스도 말씀의 제자로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을 바탕으로 하느님과 이웃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 나갑시다.

  우리 먼저 생명의 말씀 안에서 생명력으로 충만해집시다. 말씀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작은 마음들을 모아 함께 연대하면서 지구와 인류를 하느님 창조의 원형으로 회복하고,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갑시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 말씀의 은혜와 능력이 여러분 개인과 공동체에 가득 넘치기를 빕니다.

 

 


2010년 11월 21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이  형  우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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