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창조질서 보전 위해 재활용품 들고 성당에 갑니다”
지차체와 협력해 자원순환가게 운영
신자들도 활동가로 참여하며 활성화
생태에 관심 갖는 계기로 큰 역할
지구 돌보기 위한 생태적 실천
토요일과 주일에 성당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제2대리구 성남동성당과 제1대리구 대천동성당으로 향하는 이들 중에는 무언가 한아름 들고 가는 이들이 많다. 그 무언가는 페트병, 우유팩, 폐건전지 등 재활용품이다. 바로 성남동성당 모란re100과 대천동성당 자원순환가게에 재활용품을 전하러 가는 이들이다. 재활용품을 전하는 이들에는 신자, 비신자의 구분이 없다. 교구 내 성당들이 자원순환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쓰고 버리는 문화를 함께 생각하다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약 60%로 세계적으로도 시민들의 재활용 참여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로 수거된 재활용품 중 실제 자원으로 다시 활용되는 것은 그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상 재활용률이 ‘수거’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수거된 재활용품이 선별업체로 넘어가면 사실상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태반이다. 재활용품에 이물질이나 오염물이 섞여있거나 재활용 방식이 다른 품목들이 섞여있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품목은 재활용센터로 가지 못하고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재활용되지 못한 폐기물들은 곧바로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렇게 걸러지지 않거나 종량제 봉투로 버려진 폐플라스틱이 소각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90%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 재활용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자원순환가게다. 자원순환가게는 재활용품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100% 재활용될 수 있도록 분류해서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보상금이나 포인트, 장려품 등으로 보상해주는 가게다. 성남시는 re100을, 안성시는 자원순환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re100(recycling 100%)은 이 가게에서 수거된 재활용품이 100% 자원으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이런 자원순환가게를 만들어가는 고민에 본당들도 함께 했다. 특히 제2대리구 신흥동본당(주임 송성규 안드레아 신부)은 2019년 성남시와 성남환경운동연합, 재활용처리업체가 전국 최초로 자원순환가게 ‘신흥이re100’을 기획할 당시 적극적으로 자원순환가게에 협조했다.
자원순환가게가 처음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원순환 활동가가 필요했는데, 본당은 자원순환 활동가 양성과정을 열 수 있도록 성당을 교육 장소로 제공했다. 또 본당 신자들도 자원순환 활동가로 많이 참여하고, 신자들이 자원순환가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자원순환가게가 활성화되도록 도왔다. 본당 부설 신흥성모유치원 어린이들도 집에서 가져온 재활용품을 신흥이re100에서 직접 분리배출하는 등의 활동을 함께했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이희예 활동가는 “성당을 교육 장소로 제공해줘서 양성 과정을 열 수 있었고, 많은 신자들이 자원순환가게에 참여해주셨다”면서 “초기에 많은 신자들이 참여해주면서 지금의 자원순환가게 운영형태가 갖춰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당, 자원순환가게가 되다
교구 내 본당들은 자원순환가게 운영과 재활용품 배출에 단순히 협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성당을 자원순환가게가 되도록 내놓고 있다.
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주임 최병조 요한 사도 신부)은 2020년 11월 성당 입구 옆에 성남자원순환가게 ‘모란re100’을 마련했다. 모란re100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 9시~오후 12시 운영된다. 투명페트병, 플라스틱(PET/PE/PS/PP/OTHER), 종이류(일반종이, 서적), 중고의류, 알루미늄캔, 철캔, 잡병(투명병, 녹색병, 갈색병) 등을 깨끗하게 헹구고 재질별로 분리해서 가져오면 무게에 따라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또 2022년 8월에는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주임 박한현 요셉 신부)이 성당 내에 안성자원순환가게 대천동성당점을 열었다. 본당 자원순환가게는 안성시에서 3번째로 마련된 안성자원순환가게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첫 사례가 됐다. 본당 자원순환가게는 매주 화요일과 주일 오전 11시~오후 2시 운영된다. 투명 페트병의 경우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하게 세척해 가져오면 페트병 1㎏당 480원씩 현금으로 돌려준다. 폐건전지는 20개당 새 건전지 1SET(2개), 종이팩은 1㎏당 화장지 1롤과 소각용 종량제봉투 10L 1장으로 교환해 준다.
본당들이 이렇게 자원순환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걸으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태적 회개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우리 산업 체계는 현재와 미래 세대들을 위해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순환 방식을 여전히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지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버리는 문화에 맞서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본당에 자원순환가게가 생기자 본당 신자들의 재활용 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대천동본당의 경우 일주일에 투명페트병만도 100㎏가량 모인다. 본당 신자뿐 아니라 주위 본당에서도 신자들이 자원순환에 참여하고 있다. 재활용품으로 얻은 현금을 본당 주일학교 운영비로 봉헌하는 신자들도 있다. 또한 자원순환가게는 신자들이 생태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대천동본당 자원순환가게에서 봉사하고 있는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 이미용(베냐민) 회장은 “우리가 입으로는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자연을 살리자 말하지만, 일상 속에서는 너무 쉽게 쓰고 버리는 생활에 젖어 있다”면서 “자원순환가게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생태적 실천을 해나간다면 선한 영향력이 다른 신자들에게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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