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정성 알알이 엮어 되살린 폐묵주
해외선교 돕는 은총의 선물로 거듭나다
매듭법 등 묵주 만드는 법 배워
수거부터 분해·선별·세척까지
전 과정 회원들이 직접 도맡아
묵주기도 함께 봉헌하며 작업
자투리 묵주알 작품도 전시
묵주기도 성월은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고 자신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달이다. 우리는 본당 성물방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상점에서 묵주들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외선교지에서는 묵주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원교구 산본본당(주임 조남구 신부) 묵주봉헌회 회원들은 해외선교지에서 활동하는 교구 사제들을 지원하기 위해 묵주재료를 구입하고 직접 엮어 묵주를 만든다. 선교지 영세자와 첫영성체를 하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보내기 위해서다. 또 각 가정에서 쓰지 않는 낡은 묵주들을 모아 재활용해 묵주를 만들기도 한다. 바자를 통해 이 묵주들을 판매한 기금을 모아 해외선교지 선교물품 지원에도 사용한다.
묵주를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해외선교를 지원하는 산본본당 묵주봉헌회를 찾았다.
■ 묵주봉헌회의 시작
산본본당 묵주봉헌회는 2020년 2월 창단됐다. 현재 회원 35명이 해외선교지에 보낼 묵주를 만들고 있다.
묵주봉헌회의 시작은 본당 성모상 봉헌초 판매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성모님께서 주신 기금을 성모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쓰고자 논의 끝에, 재료를 구입해 묵주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곳에 묵주를 만들어 보내기로 방향을 잡았다. 코로나19라는 제한된 상황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 또한 고려했다.
재료를 구입해 묵주를 만들던 회원들은 집에서 쓰지 않거나 알이 빠진 폐묵주를 재활용하자는 의견도 냈다. 이에 본당 공지를 통해 폐묵주를 모았다. 회원들은 폐묵주를 새롭게 탄생시키기 위해 직접 묵주알을 다듬고 선별해 깨끗이 세척한다. 이후 선별한 묵주알을 색과 모양에 맞게 배열해 새로운 묵주를 만든다. 묵주알을 엮어 한 개의 묵주를 만들기 위해선 평균 두세 시간이 걸린다. 지칠 법도 하지만 회원들은 매일 짬을 내 묵주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든 재활용 묵주는 본당 바자에서 판매한다. 모인 기금은 새 신자들을 위한 전교활동과 해외선교지에 보낼 묵주를 만들 재료 구입에 사용한다.
해외에 보내는 묵주는 따로 재료를 구입해 만든다. 각 나라의 문화와 현지인들의 기호에 맞춘 묵주를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중남미는 문화적으로 붉은색을 선호해 묵주알도 붉은 색깔로 구성한다. 묵주봉헌회는 지난해 파푸아뉴기니와 페루, 남수단 등 해외선교지에 묵주 1600개를 보냈다. 올해도 파푸아뉴기니와 필리핀 선교지에 각각 묵주 600개를 보냈다.
윤선희(베로니카) 회장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코로나19 시기라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묵주봉헌회를 시작했다”며 “각자 가정에서 묵주기도를 하며 묵주를 만드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신앙을 갈구하는 해외선교지에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기도의 도구를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묵주봉헌회는 또 재활용 묵주로도 되살릴 수 없는 자투리 묵주알과 묵주에 달린 못쓰게 된 십자가들을 모아서 작품을 제작했다. 1000개가 넘는 폐십자가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 ‘십자가 구원의 선물’과 자투리 묵주알로 만든 ‘골고타 언덕에서’는 현재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5차 성경잔치 온라인 전시회에 전시 중이다.
이혜옥 초대회장은 “버려진 묵주를 되살리기 위한 묵주봉헌회의 노력은 새 묵주를 만들고자 베어질 나무 한 그루를 살리고, 새로 찍어 낼 플라스틱을 덜 쓰게 할 수 있다”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말씀하신 어머니인 지구를 살리는 데 일조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당은 앞으로도 묵주봉헌회의 활동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주임 조남구 신부는 “묵주봉헌회의 활동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자들이 하나로 이뤄내는 선교활동”이라며 “앞으론 해외선교지뿐 아니라 국내에도 필요한 곳이 있다면 묵주봉헌회의 묵주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