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갖춘 서울 본당 5% 불과… 생태교육과 규정 확립 절실
재생 가능 에너지 중요성 강조에도 본당들 호응 ‘미지근’
“태양광 패널 부작용 많다” 근거 없는 ‘가짜 정보’ 나돌아
설치 관련 구체적 지침 마련하고 신자들 인식 개선시켜야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력공급 상황이 비상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실감케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전기 생산은 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교회는 이런 기후위기 앞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생태를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태양광발전소를 강조해왔다. 이 뜨거운 태양 아래 교회 내 태양광발전소는 ‘열일(열심히 일)’하고 있을까.
■ 태양광에 뜨뜻미지근한 본당들
ㄱ본당 주임신부가 신자들에게 성당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교회가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본당 사목회가 반대해 설치를 포기했다. 신자들이 반대한 주된 이유는 태양광발전소가 ‘성당의 거룩한 모습’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ㄴ본당은 사업용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임신부의 강력한 주장으로 설치했지만, 일부 신자들은 못마땅한 기색이다. ㄴ본당 태양광발전소의 한 관계자는 “안전관리비용과 세금, 수리비용도 들어가는데, 수익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라며 “경제적인 면에서 별로 이익이 없어 다른 본당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우리는 엄청난 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특히 석탄과 석유와 더불어 소비량은 적지만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점진적인 대체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며 “재생 가능한 무공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164~165항)
한국 주교단 역시 2020년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 교서’를 내고 그 실천 지침으로 “본당 공동체가 녹색 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행동”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성당 태양광발전소 확산은 더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교구는 2017년 12월 서울시와 ‘태양광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내 성당과 건물에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서울시는 교구 내 태양광발전소 설치지원금과 관련 행정업무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 환경사목위원회가 자체 조사한 현황에 따르면 협약 이후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된 곳은 4곳, 협약 이전부터 설치된 본당을 합해도 10여 곳에 불과하다. 협약을 한지 3년이 지났지만 서울대교구 232개 본당 중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곳은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도 2019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하고, 교회와 신자 개인이 소유한 건물 옥상이나 유휴부지를 대상으로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설치된 발전소는 성당 1곳, 개인 건물 2곳에 불과하다. 성당 내 건물에 태양광발전소를 비교적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본당들의 호응이 미비했던 것이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한 임상교 신부(대전교구 천안성정동본당 주임)는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아가는 형태로만 살아왔기에 이 기후위기에 아무런 비판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어 “외관이나 장식이 아니라 우리 안의 움직임과 지향이 거룩할 때 교회 또한 거룩해진다”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과연 ‘복음적인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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