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성직주교위·한국가톨릭신학학회,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 이해와 적용 위한 심포지엄
대신학교 이전 참된 초기 성소 식별과 본격적인 사제 양성이 시작되는 출발점인 ‘예비 과정’(Tappa Propedeutica)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범교구·범신학교 차원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소자 감소 상황에서 소수 신학생을 질적으로 성숙한 사제로 성장시키기 위한 신학대학 내 정서적 돌봄 장치 마련과 심리평가 모델 구축 필요성도 제안됐다.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와 한국가톨릭신학학회(회장 곽종식 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6월 24~25일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강당에서 ‘주님과 사랑에 빠진 선교하는 제자들 –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개정)의 이해와 적용을 위한 논의’를 주제로 전국가톨릭대학교 교수신부협의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이하 지침)이 2023년 개정 발간된 이후 사제 양성의 일선에 있는 전국 가톨릭대 교수 신부와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침의 올바른 적용에 관한 심포지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사제 양성에 관한 국가 지침 마련의 역사와 의의’ 주제로 발표한 가톨릭대 신학부총장 전영준(바오로) 신부는 “지침 개정 작업에는 보편교회의 가르침과 규범에 일치해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 외 한국의 모든 신학교 양성자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개정 작업을 통해 한국교회는 개별교회 뿐 아니라 보편교회와도 깊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신앙의 큰 유산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상황에서 사제 양성 예비 과정의 적응과 실천’을 주제로 발제한 수원가톨릭대 교수 기정만(에제키엘) 신부는 “사제 양성의 가장 심각한 어려움은 신학교가 요청하는 인성·영성적 차원과 지망자들의 사제 양성에 관한 이해 사이 불균형”이라며 “이 때문에 사제의 신원과 사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식별, 지망자의 인성적·영성적 준비와 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예비 과정의 정착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비 과정이 적절히 적용되기 위해서는 과정의 목적과 내용에 기초해 기존 예비신학생 모임과 대신학교 양성, 특히 ‘영성의 해’에 대한 현실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며 “예비 과정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적절한 시행을 위해 범교구적이고 범신학교적인 협의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천가톨릭대 교수 유성모(요셉) 신부는 ‘신학교 입학과 양성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정신건강’을 주제로한 발제에서 “지침에 소개된 정신건강에 관한 내용은 사제 양성이 한 명의 신학생이라도 질적으로 성숙하게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으로 다가온다”며 “사회 풍토와 가정환경 구조가 신학교 지원자의 정서적 성숙을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라면 신학교는 정서적인 돌봄 장치를 마련해야 할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학교 입학 과정에서의 정신 질환 평가와 선별, 신학교 양성 과정에서의 심리 전문가 활용, 심리평가를 위한 평가모델 필요성 등을 한국교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사제 지속 양성 계획을 위한 제언’ 주제 발표에서 광주가톨릭대 교수 김일두(베드로) 신부는 ‘지속 가능한’ 사제 지속 양성이 기획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제 자신의 자발적인 동기 부여 ▲지속 양성의 전문 인력 확보와 기관 설립 및 유지를 위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 그리고 사제의 시기별·나이별·직무별 양성을 계획하는 ▲수직적 분야의 체계적 설정을 소개했다.
대구가톨릭대 교수 정창주(프란치스코) 신부는 ‘양성의 주체로서 양성자 공동체 각 구성원의 역할과 한계’ 주제 발표에서 “양성자 공동체와 대신학원 공동체를 함께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의 핵심은 ‘소통’, ‘신뢰’, ‘일치’의 회복”이라며 “이 덕목들이 견고해지지 않는다면 양성자들의 양성은 강력한 방향성 안에서 힘을 모을 수 없고, 신학생들은 양성 시스템이 가진 한계 안에서 비협조적인 침묵 속으로 숨는 데 익숙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출산율 감소와 종교에 대한 젊은 층의 외적 무관심 등의 과제를 안은 한국교회가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하느냐는 질문의 답은 결국 사제의 변화와 가시적인 움직임일 것”이라며 “교회의 변화를 이끌어 갈 사제 양성이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할지 고민하고 깊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교황청 성직자성은 지난 2016년 사제 양성 지침서 「사제성소의 선물」을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사제 양성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2017년 주교회의 성직주교위 산하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 신학교에서 파견된 전문위원들의 관련 연구와 논의를 거쳐 2023년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개정)을 발간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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