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신각 일대 행진, 낙태 위험 알려고 생명 소중함 전해
“수많은 고민 끝에 저와 아이를 위해 그것이 나은 선택이라 믿으며 낙태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거짓이었고 악이었습니다. 지금 낙태를 고민하는 분들이 얼마나 두렵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지 잘 압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말합니다. 어떤 상황이든지 생명을 선택하세요!”
직접 겪어 봤기에, 과거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발언대에 선 박주현(레지나, 33)씨의 진심이 서울 보신각 광장에 울려 퍼졌다.
생명 주일을 앞두고 ‘사랑하는 모든 아이와 함께, 우리 모든 여성을 위한 행진(사랑 모아 함께, 우리 모여 행진)’이란 주제로 제13회 생명대행진이 4월 27일 열렸다. 낙태 경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전한 박씨의 발언에 앞서서는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 차희제(토마스) 위원장은 오는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구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가용범위 축소 여부 판결을 앞두고 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차 위원장은 “경구 낙태약으로 인해 과다 출혈과 여러 합병증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심지어는 사망한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며 “현재 FDA 공인을 받은 경구 낙태약이 의사 손을 거치지 않고 제조사에서 택배를 통해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미국과 같은 상황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한 번 먹으면 되돌릴 수 없는 낙태약의 비극을 막기 위해 ‘낙태약 반전 치료(Abortion Pill Reversal)’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계획도 전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이날 “생명대행진이 열린 지난 12년 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사랑의 진정한 가치는 잃어버리고 있다”며 “우리는 이 자리를 통해 사랑하는 모든 이와 함께 태아가 분명 인간 생명임을 거듭 알린다”고 선포했다.
500여 명이 3.8㎞ 걷는 이날 생명대행진에는 젊은이들이 다수 함께했다. 특히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아래 낙태가 옹호받는 현실을 반대하는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3년째 생명대행진에 참여한 이현주(23, 인천가톨릭대 4학년)씨는 “가만 두면 태어나 우리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갈 태아들이 낙태로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다”며 “시민들 전체가 우리가 왜 낙태를 반대하는지 조금만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혜린(마르티나, 꽃동네대 1학년)씨도 “학교가 늘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어 참여하게 됐다”며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들이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개신교 신자인 함영준(23)씨는 “주변에서 태아는 기억이 없으니 낙태해도 괜찮다는 식의 언급을 들은 적 있다”며 “이런 식의 논리라면 모든 어린아이의 생명 가치 또한 언제든 폄훼될 수 있는 게 오늘날의 생명 인식임을 느껴 낙태는 종식돼야 한다는 생각에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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