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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 미사 의장 주교 강론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11 조회수 : 486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 미사 강론

- 2023년 12월 11일(월) 오후 4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1963년 12월 11일에 시작된 대한민국-교황청 수교가 6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사료에 따르면 일찍이 1948년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부터 한국과 교황청은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1947년 8월 비오 12세 교황님께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이미 패트릭 번 주교님을 초대 주한 교황 사절로 임명하여 파견하셨습니다. 이는 교황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대한민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였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황청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1948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 총회에서 당시 교황청 국무장관 조반니 바티스타 몬티니 대주교님과 프랑스 주재 교황대사 론칼리 대주교님께서는 이 총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셨습니다. 이 두 분이 바로 훗날 성인품에 오르신 바오로 6세 교황님과 요한 23세 교황님이십니다. 당시 한국 특사로 파견된 장면 요한 박사는 이와 같은 교황청의 지지가 발판이 되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독립된 합법 정부로 인정받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한국과 교황청의 공식적인 수교는 미리 예견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디어 1963년 12월 11일 한국과 교황청은 공식적인 수교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지상에서의 당신의 사명을 마치시고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며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리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교회는 예수님의 이 명령에 따라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인 복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 명하신 ‘복음 선포’는 교회의 근본 사명이며 유일한 사명입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복음 말씀을 잘 듣고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은 바를 마음에 새기며 각자의 삶에서 그 내용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어 그리스도를 증거하게 됩니다.


복음의 씨앗이 이곳 한국 땅에 뿌려져, 썩어 없어지지 않는 씨앗, 곧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오늘의 한국 교회가 있게 하였습니다. 복음의 씨앗을 잘 가꾸어 온 한국 교회는 오늘날 보편 교회의 일원으로 우리 민족과 전 인류의 복음화를 위한 사명을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고, 협조자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영원히 머무르실 것이며, 더불어 하느님의 자녀인 저희와도 세상 끝날까지 함께하실 것입니다’(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2항 참조). 한국 교회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협조자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며,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을 섬기는 이웃 사랑을 항구히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이웃 사랑은 하느님 사랑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우리는 그 사랑을 믿음 안에서 신앙으로 승화하고 그 신앙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교황청 사도좌는 늘 새로움에 마음을 열고 동시에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 기꺼이 전 세계와 대화하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기꺼이 개별 교회와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가지 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의 아픔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여러 국가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교황청 양국이 더욱 긴밀한 협력을 이루어 나감으로써,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교회가 교황청 사도좌의 노력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나아가 한국 교회가 이 땅의 소금이자 세상의 빛으로서 북녘 교회를 넘어 세계 곳곳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전하는 데에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한국 근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한국 사회에 이바지한 한국 천주교회와 더불어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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