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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3-14 조회수 : 602

한국 천주교회,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는 2023년 3월 13일(월) 오전 11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사형폐지와 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현직 주교단 25인 전원과 전국 16개 교구의 사제·수도자·평신도 75,843인이 참여한 입법청원 서명을 다섯 번째로 국회에 공식 제출하였다.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청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원의 취지]

우리나라는 현재 형법 16개, 특별형법 32개, 군형법 33개, 국가보안법 4개 등 모두 33개 법률이 140여 가지 범죄에 대하여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마지막 사형집행이 있었던 1997년까지 총 902명, 연평균 19명의 사형집행을 해왔습니다. 이는 법무부 소속 일반법원의 통계로서 군사법원의 통계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헌법」 제37조제2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생명권을 전제하며, 기본권의 본질적 권리인 생명권을 결코 침해할 수 없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인간실존의 근거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하여 한편으로 국민에 의한 살인행위를 범죄로 금지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에 의한 인간 생명의 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청원의 이유 및 내용]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실증적 자료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UN은 1988년과 2002년도에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사형제도가 살인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조사결과 통계수치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사회에 급작스럽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이 사형을 폐지한 주에서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북동부-3.8%, 남부-5.5%) 1975년 사형을 폐지한 캐나다의 경우 폐지 이전과 이후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이 44%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1975년 당시 3.09%, 2003년 1.73%) 또한, 법관의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경우 추후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억울한 사법살인으로 인한 피해는 회복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1973년 이후 미국에서는 107명의 사형수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석방되었으며,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사람이 일리노이주에서만 13명이나 된다는 발표에 따라, 일리노이주(州)는 2000년 1월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25년이 넘는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과 2022년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하였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을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15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빠짐없이 발의된 사형폐지특별법은 이제 국회의 문턱을 넘을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9년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회원국 및 기타 국가 간의 형사사법공조협약 및 범죄인인도협약에 가입한 바 있어, 본 협약에 가입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를 비롯한 47개의 유럽국가 및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국가로부터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그 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사형제도가 실효성을 상실하였다는 의미로, 앞으로도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방증이며 이를 위해 명분과 실질을 일치시키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사형폐지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국제엠네스티의 사형제도 연례보고서(2022)를 통해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45개의 국가가 완전히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입법청원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현직 주교 25인 전원과 전국 16개 교구의 사제·수도자·평신도 75,843인이 참여하였습니다. 입법청원을 계기로 국회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반인권적이고 비인도적이며 가장 잔인한 형벌인 사형제도를 법률로써 완전하게 폐지하여야 합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대체형벌을 도입하여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형벌체계를 수립하고 인권선진국가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 인사말을 하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



▲ 청원을 소개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국회의원
 

   

 ▲ 청원을 소개하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 입법청원 취지를 발표하는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

 


▲ 입법청원 서명지를 들고 있는 현대일 신부, 황수경 수녀, 김선태 주교, 강은미 국회의원
                         

 ▲ 입법청원과 서명지를 제출하는 김선태 주교


김선태 주교의 인사말

+ 정의와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01년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사제, 수도자, 법률가,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이웃 종교들과 인권·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하여 대한민국에서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형폐지를 여러 차례 언급하셨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형폐지를 위해 기도할 것을 제안하시며 “사회는 범죄자들의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박탈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으며 모든 법적 판결에는 ‘희망의 창’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더불어 “복음에 비춰봐도 사형제도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살인해서는 안된다’는 계명은 죄없는 사람, 죄 지은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하시며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해 선의의 모든 이가 전 세계적으로 움직일 것을 촉구하셨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오늘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현직 주교단 25인 전원과 전국 16개 교구의 사제·수도자·평신도 75,843인이 참여한 입법청원 서명을 다섯 번째로 국회에 제출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사형폐지와 대체형벌 도입을 국회에 촉구하는 입법청원 서명 운동을 2006년, 2009년, 2014년, 2019년 모두 네 차례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우리 국회에는 지난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현 21대 국회까지 모두 9건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되었으나, 지난 20대 국회까지의 8건은 모두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습니다. 21대 국회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형폐지에관한특별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되었지만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5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빠짐없이 발의된 사형폐지특별법은 이제 국회의 문턱을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국가는 “사형제도”를 통하여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악순환을 멈추어야 합니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는, 보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앞으로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번 한국 천주교회의 다섯 번째 입법청원을 계기로, 21대 국회가 남은 1년여의 회기 동안 사형폐지특별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여 사형제도가 반드시 폐지되기를 희망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사형제도 폐지라는 전 세계적 부름에 응답해 주길 기원합니다. 이제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국회의 결단을 당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현대일 신부의 인사말

소개받은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며,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입니다.
벌써 5차 입법청원 서명입니다. 이번 서명 운동에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만, 서명운동에 있었던 일화를 꼭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저를 사형수를 매주 만난다고 소개하였지만, 우리 위원회는 살해 피해자 가족 역시 만나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한 어머님이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성당에서 이 사형폐지를 위해서 서명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같이 성당을 다니는 교우 자매님께서 쭈뼛쭈뼛하더랍니다. 아무래도 흉악범에게 딸을 살해당한 이 어머님 앞에서 사형을 반대하는 서명하려니 죄송스럽고, 부담스럽고, 어려웠겠지요. 이 어머님이 어찌할줄 모르는 그 친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니 뭘 망설여. 어여 서명해. 흉악범을 죽여버린다고 내 딸이 살아돌아오나? 사형시키면 또 한 명의 폭력의 희생자와 또 한가족의 폭력의 희생 가족이 생기는거여. 함께 서명하세." 말하면서 자기가 손을 이끌어서 함께 서명했다고 합니다.

<더 글로리>.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복수를 그린 드라마가 유행입니다. 누구는 그래 그런 나쁜 놈들은 복수를 당해야 해. 죽여버려야 해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호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복수만이 아니라. 양극화, 신분의 대물림, 특권계층의 오만, 빈곤층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등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는 여러 징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흉악범들을 죽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병들어 가고 있는 사회, 특별히 특권층들은 처벌받지 않는 이 불평등과 그들의 오만과 그들만의 카르텔을 해체하여야 합니다. 이 불평등과 양극화, 차별과 편견이 흉악범죄를 낳습니다.

이 서명한 우리 신자들은 사형이 답이 아님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형시킨다고 그 흉악범죄로 죽은 피해자들이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의 불평등, 호소할 데 없는 소외받은 사회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근본적인 해결 등 사회 복지에 힘써 흉악 범죄 방지에 더욱 힘써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국회의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분들께서 단순히 기자회견에만 참석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세밀하고 정밀한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만들고, 또 관심있게 법사위에서도 논의를 거칠 수 있게 하고, 그래서 본회의 통과까지 관심있게 신경쓰고, 밀어주실 것이라 믿고, 또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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