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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한일주교교류모임 25년 역사와 성과·전망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1-28 조회수 : 1064

한·일 화해와 일치 위해 맞잡은 손… 사랑과 용서로 걸어온 여정

1996년 ‘한일 교과서 문제’ 주제로 일본 도쿄에서 첫 모임
평화 위한 ‘공동 메시지’ 발표 등 역사·사회 문제 연대 나서
교구 자매결연 포함 교류 확산… 양국 교회 상호 발전 기대


한일 양국 주교들이 2018년 11월 14일 의정부교구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24회 한일주교교류모임 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과 일본 주교들이 화해와 용서, 일치의 뜻을 모아 진행하고 있는 ‘한일주교교류모임’ 25주년 기념 자료집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160쪽/비매품)이 11월 15일 한국주교회의(CBCK)와 일본주교회의(CBCJ) 공동작업에 의해 두 나라 언어로 동시에 발간됐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은 한국과 일본 주교들이 1996년 제1회 모임을 연 이래 2018년 제24회 모임까지 매해 빠짐없이 열려 왔다. 두 나라 주교들은 제25회 모임을 2019년 11월 일본 도쿄대교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같은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본 방문, 이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겹치면서 제25회 모임은 2023년 11월 일본에서 개최하되 25주년 기념 자료집은 당초 계획대로 발간했다.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 발간을 계기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25년 동안 걸어온 길과 성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시작·확대

한일주교교류모임 사반세기 역사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6차 정기총회에 참가했던 한국과 일본의 당시 주교회의 의장 고(故) 이문희(바울로) 대주교와 고(故) 하마오 후미오 추기경(당시 주교)이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문희 대주교는 FABC 총회에서 돌아와 당시 안동교구장 고(故) 박석희(이냐시오) 주교와 서울대교구 강우일(베드로) 보좌주교에게 양국 주교들의 교류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면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태동하게 됐다.

양국 주교들은 이후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의 공통 역사 인식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1996년 2월 16~17일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이문희 대주교, 박석희 주교, 강우일 주교, 일본에서 하마오 후미오 추기경, 고(故)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 등 모두 5명의 주교들이 일본 도쿄 가톨릭회관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의 주제가 ‘한일 교과서’였던 것은 양국 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역사 해석 문제에서 신앙 안에서만큼은 화해와 일치를 이루자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첫 모임에 이어 두 번째 모임이 같은 해 12월 1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일 역사 교과서 문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1997년 11월 11~13일 일본 도쿄 가톨릭회관에서 ‘한일 역사 연구 간담회’를 주제로 열린 제3회 모임부터 2018년 11월 13~15일 의정부교구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청소년들의 현실과 사목 전망-AI 시대를 맞이하여’를 주제로 열린 제24회 모임까지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매해 빠짐없이 한 차례씩 열렸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은 해를 거듭할수록 양국 주교들의 참여가 확대돼 첫 모임에서 5명의 주교가 참여했지만 이후 참가 주교가 40여 명까지 확대됐다.

한일주교교류모임 25년 역사의 산증인인 강우일 주교는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에 게재한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역사적 의미와 역할’에서 “1995년 2월 25일 일본 주교단은 제2차 세계대전 50주년을 기념해 ‘평화를 향한 결의’라는 주교단 문서를 공표하며 진심 어린 참회와 속죄의 고백을 했고, 이 고백은 교회 안에서 먼저 화해와 용서의 여정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며 한일주교교류모임이 태동하게 된 시대적 정황을 설명했다.

1996년 2월 16일 일본 도쿄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한일주교교류모임 첫 모임 중 강우일 주교, 고(故) 박석희 주교, 고(故) 이문희 대주교, 고(故) 하마오 후미오 주교(왼쪽부터)가 한일 교과서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성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 발간을 기념해 11월 15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일본주교회의 의장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 등과 화상회의를 마련한 후 한국 교계언론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주교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의 가장 큰 성과로 “양국 주교들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서 양국 사제들과 평신도들에게까지 영향이 이어졌다”면서 “구체적으로 두 나라 교구들이 자매결연을 맺는 등 교류하게 됐고 그 결과로 현재 50여 명의 한국 사제들이 일본교회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 주교들이 사목활동 영역을 넘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 때 연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한일주교교류모임이 가져온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2014년 11월 11~13일 한국 서울대교구에서 열린 제20회 모임에서는 일본 주교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뵙고 싶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양국 주교들은 모임을 하루 앞둔 11월 10일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일본 주교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으며 “위안부 역사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주교회의는 제17회 모임(2011년 11월 8~10일, 일본 센다이교구)을 앞두고 탈원전 메시지를 발표했고, 한국 주교들은 일본 주교들의 탈원전 활동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동일본 대지진 피해 회복을 위해 일본교회에 영적, 물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보냈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은 ‘공동 메시지’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세계 각국 천주교회와 연대하기도 했다. 제5회 모임(1999년 9월 23~25일, 일본 도쿄 가톨릭회관)에서 ‘동티모르 천주교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해 동티모르의 평화와 분쟁 종식을 기원했고, 제19회 모임(2013년 11월 12~14일, 일본 나고야교구)에서는 한일 주교 40여 명의 이름으로 ‘필리핀 주교회의에 보내는 태풍 피해 위로 메시지’를 통해 태풍 ‘하이옌’ 피해를 당한 필리핀 교회를 지원하는 등 모두 5차례 공동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일 양국 주교들이 2014년 11월 10일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전망

한일주교교류모임은 2018년 제24회 모임이 열린 후 2019년 예정됐던 제25회 모임이 뜻하지 않게 연기돼 2023년 11월 일본에서 양국 주교들이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일 주교회의가 공동작업으로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을 발간한 것에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지난 25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정리하자는 취지와 함께 향후 활동 과제와 방향을 고민해 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 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경촌 주교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은 교류로 끝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한일 양국 간에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은 어렵더라도 주교님들이 일치와 교류를 이어가면서 사회 안에 좋은 표양을 남기는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없었다고 상상하면 한일 두 나라 관계는 지금보다 더 안 좋을 것이어서 이 모임 자체가 갖는 의미가 있다”면서 “내년 일본에서 일본 주교님들과 대면해 활동 방향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용훈 주교도 향후 한일주교교류모임 과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일본의 여러 교구와 교회를 체험하고 상호 관심사를 교환하면서 사제와 신학생 파견을 통한 친교에서 드러난 화해와 일치의 사명을 실현하고자 힘쓰겠다”며 “한일주교교류모임은 주교들의 교류를 넘어 한국과 일본 교회의 교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주교교류모임 25주년 기념 자료집 발간을 기념하는 한일 양국 주교들의 화상회의가 11월 15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리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가톨릭신문 2022-11-27 [제3320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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