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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정부 친원전 정책,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7-13 조회수 : 1053

EU택소노미에 원전 포함됐지만 사고 저항성 핵연료·핵폐기물 처분 등 엄격한 전제조건 명시


윤석열 정부 탈핵 정책 공식 폐기

EU 조건 충족할 국가 거의 없어

원전,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 시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회 안팎 탈핵운동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 투자 기준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을 추가할 전망이다. 6일 유럽연합(EU)이 원자력을 EU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 1조 유로(약 1333조 원)에 달하는 ‘EU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산(그린딜)’을 원전에도 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곧장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원전 생태계의 조속한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탈핵운동가들은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EU택소노미에 명시된 엄격한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투자가 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 EU 회원국 안에 지어져야 한다. 계획과 조달된 자금도 필요하다. 또한, 2025년까지 현존하는 모든 원전과 신규 원전에 사고 저항성 핵연료가 적용돼야 한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기존 지르코늄 피복 핵연료에 크롬 계열의 코팅을 적용한 것이다. 고온에서도 화재·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EU 회원국은 모든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또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단계를 문서화해야 한다. 현재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국내 원전 업계은 아직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 역시 상용화는 요원하다.

한편, 정부는 5일 탈핵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원전 비중을 늘린다는 내용의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1년 전체 발전량의 27.4%였던 원전 비중은 2030년 3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 등으로 가동 원전도 24기에서 28대로 늘어날 계획이다. 앞서 전임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원전 비중은 23.9%, 원전 수는 18기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대해 탈핵을 추진해온 교회는 완강한 반대를 표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신부는 “정부의 친원전 정책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까지 불안감을 주는 퇴행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시설 가운데 하나가 원전”이라며 “사고가 나면 우리 인간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프랑스에선 기후위기로 강물 기온이 상승해 냉각수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원전 가동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한편, EU택소노미와 친원전 정책으로 탈핵 운동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염려도 나왔다. 이정윤(임마누엘)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국 교회의 탈핵 정책은 상당한 우려 속에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당 정치인들이 탈핵을 강력히 반대하는 데다 최근 탈핵 반대 여론이 높아져 2016년 경주 지진 이전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핵에 대한 대중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 교회에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교회는 값싼 전기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원전이 지구환경오염 주범인 소비주의를 부추긴다는 윤리적인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다만 원전 산업에 종사하며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노동자와 과학기술자에 대한 경의를 잊어선 안 된다”며 “이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탈핵 운동은 업계 종사자와 일반 시민들의 반감과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7.17 발행[1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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