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수준과 무관하게 18세가 되면 아동양육시설 등을 퇴소해야 했던 보호대상 아동이 본인 의사에 따라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아동복지법이 6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보호기간 연장은 질병과 학업, 직업훈련 등의 사유가 있으면 허용된다. 하지만 본인이 보호 종료를 요청해도 장애ㆍ질병 등으로 보호기간 연장이 필요하거나 지적 능력이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보호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호조치를 종료할 수 없다. 전국의 보호대상아동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2만 4000명이며, 매년 2500명 정도가 보호 조치에서 종료된다.
자립해 살아갈 인지능력 등 점검 필요
교회 내 전문가와 보호종료아동 지원시설 관계자는 보호대상 청년들이 자립해서 독립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이기수 신부(수원교구, 장애인 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 시설장)는 “이번 조치는 자립 준비 기간을 좀 더 여유 있게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보호기간 연장으로 청년들이 완전히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경제 개념 부족으로 친구에게 통장을 넘겨 은행에 잔고가 없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자립해서 살아갈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교구의 경우 여성 쉼터에 있던 여성들이 자립하기 전 리스타트 하우스에서 1~2년 정도 살면서 돈을 모아서 나갈 수 있도록 한다”며 “청년에게도 그런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자립을 앞둔 청년에게 거처를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거기서 누군가가 그들 스스로 홀로서기가 가능한지 체크하고,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고 하는지도 관리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립전담요원제도 확대 필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 김주하 국장은 “상대적으로 억압된 생활을 해야 하는 시설에 장기간 지내다 보면 피로감이 많이 쌓이고 통상 보호아동 중 약 80%가 성인이 되면 시설을 떠난다”며 “이번 조치로 시설에서 더 오래 머물려는 청년이 급격하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을 퇴소한 청년의 40%는 연락이 되지 않고, 또 60% 정도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며 “퇴소한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보호종료가 된 청년들은 국가지원금과 후원금 등을 합쳐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의 정착금을 들고 나가지만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금세 탕진하는 경우를 많다. 김 국장은 “이들에게 돈을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지켜보고 가르쳐 줘야 한다”며 “정부에서 자립전담요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담요원 1명당 약 100명의 시설보호아동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도 “보호 종료 청년에게는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이 필요하다”며 “한 가정과 자립준비청년을 연결해 선택과 결정의 시기에 상의할 수 있는 사회적 가족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아동양육시설인 경기도 용인 성심원 관계자 A씨는 “지난 2월 18세로 보호종료가 된 아동 1명이 퇴소하는 등 최근 수년간 성심원에서는 보호종료아동 모두가 퇴소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부분 시설에서 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사회에 나가기 두려워하는 경계선지능아동들이 시설에 좀 더 머물기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이들이 몇 년 더 머문다고 취업 문제 등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보호 연장을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니라 취업프로그램 참여 등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18세가 된 청년들을 아이들이나 초중고 학생들이 있는 공간에서 함께 보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생활지도 측면에서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7.03 발행[1669호]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