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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故정유엽 군 부모의 외침…그리고 본당 사제와 수도자의 헌신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2-02 조회수 : 3481


[앵커] 아들을 잃은 부모 곁에는 함께 울며 위로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유엽 군의 유가족은 이들의 위로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유가족은 유엽 군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기자] 정유엽 군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올해 대학교에 입학할 나이입니다.

 

형을 따라 한국해양대학교에 가고 싶어 했고, 해군 장교를 꿈꿨던 소년.

 

선한 인상이 본당 보좌신부를 닮았고, 주일이면 성전에서 노래 부르던 소년.

 

가족들은 사소한 일상 하나에도 유엽 군이 떠올라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이지연 엘리사벳 / 정유엽 군 어머니>

"계란을 구웠는데 저희 식구가 5명이잖아요. 5명인데 계란을 유엽이가 없으니까 제가 4개만 꺼냈어요. 유엽이가 반숙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유엽이 아빠가 못 먹는 거에요. 못 먹고 우는 거에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계란이 늘 5개였는데 4개 밖에 없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살아갈 이유를 잃은 것만 같았지만 막막한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지연 엘리사벳 / 정유엽 군 어머니>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것도 비오 신부님이랑 오틸리아 수녀님 덕분에 저희가 사실 이렇게 둘이 멀쩡하게 남아있는 자식들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거든요."

 

당시 사동본당 보좌 김우현 신부는 유엽 군에게 성사를 주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음압병실로 향했습니다.

 

오틸리아 수녀는 부부를 매일 같이 찾아와 돌봤습니다.

 

<이지연 엘리사벳 / 정유엽 군 어머니>

"신부님도 많이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유엽이 마지막 가는 모습까지 정말 코로나인지 아닌지도 모른 상황인데도 두 말 없이 와주셔서 기도도 해주시고. 오틸리아 수녀님은 저희 유엽이 보내고 난 다음에도 저희 둘이 혹시나 딴 생각 할까봐 정말 거의 한 달 가까이를 수녀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밥 챙겨서 같이 먹도록 해주셨고 저희가 살 수 있도록 해주신 게 너무 감사하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사동본당을 찾아 이들 부부를 위로했습니다.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위로를 다시 우리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잘 알기에,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목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곁에는 함께 유엽 군 사건의 진상규명을 외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체계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성재 / 정유엽 군 아버지>

"기사 내용보면서 참 안타까웠던게 맹장염이였는데, 열이 나니까 안 받아줘서 맹장이 터져서 몇 시간 만에 겨우 수술해서 목숨을 구했다는 말이 어제 보도에 나오더라고요. 그것 뿐만 아니고 사산된 산모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열 난다는 이유로 무조건 거부하고, 이런 작태 행위들이 3월이 아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비통함을 금할 수가 없죠."

 

아버지 정 씨는 다음달 경산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걸어갑니다.

 

청와대에 도착하면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엽 군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을 게재할 계획입니다.

 

<정성재 / 정유엽 군 아버지>

"내딛는 한발 한발이 유엽이 이름과 유엽이의 의미와 코로나19 ·간접적으로 연관돼 희생당한 분들을 발자국에 새기면서 걷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이런 아픔들이 우리 온 국토가 온 국민이 알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서 걷고 싶습니다."

 

유엽 군의 방에는 생전에 적어 놓은 버킷 리스트가 있습니다.

 

`건강하실 때 잘해드리고, 효도하기`,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17세 소년의 바람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세상`은 안타까운 죽음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앵커 리포트였습니다.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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