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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본당, 92년 역사 지켜본 ‘느티나무’ 살리기 나서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7-22 조회수 : 2710

▲ 평택본당 초대 주임 몰리마르 신부 묘와 본당 역사를

 함께해온 느티나무. 뿌리를 살리기 위해 주변이 파헤쳐져 있다.

수원교구 평택본당(주임 한기석 신부)이 1928년 본당 설립부터 지금까지 신앙공동체와 함께 하고 있는 느티나무 살리기에 나섰다.

200여 년 수령의 이 느티나무는 평택성당의 상징으로 92년 본당 역사와 함께했다. 특히 6ㆍ25전쟁 때 순교한 몰리마르 신부의 삶과 사목활동을 생생히 지켜본 나무이다. 그래서인지 느티나무 바로 옆에는 초대 및 3대 주임 조제프 몰리마르 신부의 묘와 흉상이 세워져 있다. 몰리마르 신부는 현재 시복이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중 한 분이다.

파리외방전교회 출신으로 1925년 한국에 도착한 몰리마르 신부는 1928년 4월 14일 평택 비전리본당(현 평택본당) 초대 주임을 맡았고, 그해 11월 7일 인근 본당 사제와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당 축성식을 거행했다. 그 후 인근 서정리본당의 초석을 닦고 다시 평택본당 3대 주임으로 부임 후 20여 년간 평택 지역을 중심으로 사목하다 1948년 대전교구 금사리본당으로 이동했다. 몰리마르 신부는 6ㆍ25전쟁 중인 1950년 8월 북한군에게 체포돼 대전 목동 프란치스코수도원에 감금돼 신앙을 버릴 것을 강요받았지만 끝내 굽히지 않다가 그해 9월 26일 피살됐다. 그의 시신은 신자들에 의해 발견돼 근처에 임시로 매장됐다가 2년 후 대전 목동 프란치스코수도원 묘지에 묻혔다. 이후 1960년 대전 삼괴동 대전교구 천주교 공원묘원으로 이장됐다가, 평택성당으로 옮긴 건 지난 2003년 4월이다. 유해는 본당 설립과 사목 활동을 묵묵히 지켜본 느티나무 옆에 묻혔다.

평택본당이 느티나무 살리기에 나선 건 올해 들어 나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여름 햇살에 잎이 무성해야 할 시기에 잎이 마르고 말라 죽는 가지들도 생겼다. 나무를 진단한 결과 10여 년 전 있었던 조경공사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이철순(테오필로) 총회장은 “조경공사를 하면서 상단을 평평하게 한다고 복토를 하고, 주변을 예쁘게 하려고 경계석을 놓고 큰 바위를 가져다 놓았다”며 “느티나무는 뿌리를 덮으면 숨을 쉬지 못하는데 당시에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택본당은 7월 초부터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무 주변 경계석을 치우고 뿌리 주변 흙과 모래를 파내는 작업을 벌였다. 마른 잎과 나뭇가지도 쳐냈고 현재는 나무 옆 큰 바위를 치우고 뿌리가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공관을 설치 중이다. 그 후에는 나무에 영양을 공급하는 나무 주사를 놓는 등 8월 12일까지 1차 작업을 마칠 방침이다.

한기석 신부는 “본당이 설립된 지 올해로 92년째”라며 “신자들 입장에서는 늘 나무가 그 자리에 있으니까 당연히 ‘잘 있겠지.’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작업을 마치고 상태를 지켜보면서 추가 작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본당이 설립되기 전부터 함께 한 나무인 만큼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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