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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여름 휴가, 바다·캠핑장 대신 순례길에 오르자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7-09 조회수 : 2961

 

▲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 곳곳에 스며든

순교자들의 순교신심을 따라 걷는 길로 교황청 공식 국제순례지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코로나19로 휴가 떠나기가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산과 계곡, 바다와 캠핑장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사람들이 북적대는 피서지보다 나 홀로 또는 가족 단위로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피정에 참여하거나 도보 순례를 떠나기를 추천한다.


 

도심 속 순례길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도심에 있는 대표적 순례길로 2018년 9월 교황청 공식 국제순례지로도 지정됐다. 한국 교회 첫 신앙 공동체와 사목지, 순교지, 순교자 묘소와 사제 양성 못자리인 신학교 등 순례지 24곳을 세 코스로 나눴다. △말씀의 길(명동대성당~가회동성당 9개소, 8.7㎞) △생명의 길(가회동성당~중림동약현성당 9개소, 5.9㎞) △일치의 길(중림동약현성당~삼성산성지 8개소, 29.5㎞)로 조성된 순례길에서 박해의 아픔과 선조들의 굳은 믿음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빌딩 숲과 한옥을 오가며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의 역사와 도시의 아름다움도 엿볼 수 있어 신자는 물론 비신자, 걷기 동호회원들도 많이 찾는다. 지방에서도 지하철이나 철도를 이용해 아침 일찍 오면 당일 코스도 가능하다.

 

  대구 중구에도 특별한 ‘골목 투어’ 코스가 있다. 그중 관덕정 순교자기념관~성 유스티노 신학교~성모당~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으로 이어진 2.1㎞의 ‘남산 향수길’은 대구 지역 천주교의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이어진 붉은 벽돌담에는 1900년 초 계산성당 전경과 초대 교구장인 드망즈 주교 사진 등 대구 지역 천주교 100년의 역사를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두 개의 종탑이 인상적인 계산 주교좌성당과 교구 설립 초기에 사용한 유물을 모은 유물관도 만날 수 있다. 인근 관덕정 순교성지는 이윤일(요한) 성인을 비롯한 많은 순교자가 치명한 성지이다. 루르드 성모님을 모신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은 2009년 성모 순례지로 지정된 성모 신심의 중심지다.

 

  부산 수영 장대 순교성지는 경상 좌수영이었던 곳으로 병인박해 때 동래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이정식(요한)과 양재현(마르티노) 등 8명이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한 곳이다. 이곳에서 14㎞ 떨어진 오륜대 순교자성지까지 걸으며 순교 신심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륜대 순교성지는 순교자 8위 묘소와 103위 한국 순교 성인 중 26위의 유해를 안치한 순교자 성당이 있다. 성지 내에 십자가의 길과 로사리오의 길이 조성돼 길을 따라 걸으며 신앙을 다지기 제격이다. 성지 내 순교자박물관도 신앙 유산의 보고다.

 

 

 

▲ 수원교구 손골성지에 세워진 오메트르 성상.

디딤길을 걷다보면 교구 내 성지와 성당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 순례길

 

  제주하면 ‘올레길’을 떠올리지만, 올레길 못지 않은 천주교 순례길이 있다. 제주교구가 제주를 찾는 신자들을 위해 조성한 순례길은 6개 구간 68㎞에 달한다. 6개 순례길은 제주도 천주교회 역사와 절묘하게 맞물려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느낌과 체험을 안겨준다. △김대건길(고산성당~자구내포구~용수성지~신창성당, 11.5㎞) △정난주길(대정성지~모슬포성당, 7㎞) △김기량길(김기량 순교현양비~조천성당, 8.7㎞) △하논성당길(서귀포성당~하논성당~면형의 집~서귀포성당, 10.6㎞) △신축화해길(황사평성지~관덕정~중앙성당, 12.6㎞) △이시돌길(성이시돌센터 일대)을 걷는 코스다. ‘천주교 순례길’ 누리집(http://peacejeju.net)에서 순례 코스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디딤길’은 수원교구 내 성지 14곳과 거치는 성당을 연결하는 78개 코스 총 407㎞에 대장정 순례길이다. 수리산성지, 남양성모성지, 하우현성당, 남한산성성지 등 교구 내 성지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디딤길 네이버 카페(cafe.naver.com/didimgil)에서 각 순례 코스 및 순례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내포 지역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보 순례지 가운데 하나다. 내포는 124위 복자 가운데 49위가 태어나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순교한 지역이다. 솔뫼성지~합덕성당~신리성지 11㎞구간을 걸으며 순교 신심을 되새겨보자.

 

  경북 칠곡군 동명면 일대에 조성된 ‘한티가는 길’은 가실성당에서 한티순교성지까지 46.5㎞에 이른다. 산티아고와 한티의 합성어로 ‘한티아고’로도 불린다. 박해 시기 신앙 선조들이 걸었던 길에서 영감을 얻어 조성한 한티가는 길은 ‘그대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다섯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1구간 돌아보는 길은 가실성당∼신나무골 10.5㎞ △2구간 비우는 길은 신나무골∼창평저수지 9.5㎞ △3구간 뉘우치는 길은 창평저수지∼동명성당 9㎞ △4구간 용서의 길은 동명성당∼진남문 8.5㎞ △5구간 사랑의 길은 진남문∼한티순교성지 8.1㎞로 조성됐다.

 

 

종교 문화유산이 흐르는 순례길

 

  전주교구와 지역 종교계가 함께 만든 아름다운 순례길은 신앙은 물론 자연과 어우러진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천호성지와 초남이성지, 나바위성지, 수류성당 등 천주교 관련 성지와 성당은 물론 미륵사지, 금산사, 송광사 등 이웃 종교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총 240㎞의 9개 코스로 △제1코스(28.0km) 한옥마을~송광사 △제2코스(26.5km) 송광사~천호 △제3코스(36.5km) 천호~나바위 △제4코스(27.5km) 나바위~미륵사지 △제5코스(29.3km) 미륵사지~초남이 △제6코스(24.0km) 초남이~금산사 △제7코스(19.7km) 금산사~수류 △제8코스(21.0km) 수류~모악산 △제9코스(27.5km) 모악산~한옥마을 등으로 이어진다. 2년여 동안 6만여 명의 순례자가 다녀갈 정도로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 전주교구와 전북 지역 종교계가 조성한 아름다운 순례길 8구간의 시작지인 전주교구 수류성당.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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