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교구 본오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노숙인들 머리카락을 손질해주고 있다.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으니까 힘드시죠?”
“네, 이 정도는 참을 만해요. 이렇게 잘라주시는 게 감사하죠.”
지난 6월 25일,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에 있는 한 공원. 미용사 윤연순(프란체스카)씨와 봉사자 심명숙(미카엘라)씨가 노숙인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해주고 있다. 덥수룩해서 지저분했던 머리카락이 단정해지자, 노숙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케이크와 커피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랜다. 각자의 거처로 돌아갈 때는 용돈 1000원씩 받아간다.
수원교구 본오동본당 빈첸시오회(회장 김범준) 회원들이 노숙인 돌봄 활동을 해온 지 13년이 넘었다. 2002년에 시작해 매주 목요일마다 노숙인을 만나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중간에 5년은 잠시 활동을 쉬었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인근에서 생활하는 이들이지만, 서울과 인천에서 오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정해진 거처 없이 지하철 역사나 한강공원 근처에서 모기에 뜯기며 잠을 잔다. 찜질방을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19로 매주 80여 명씩 찾아오던 노숙인들은 50여 명으로 줄었다. 인근에 밥을 무료로 제공했던 무료급식소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이들의 허기짐은 더 절박해졌다.
빈첸시오회 회원은 8명이다. 본당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성당에 나오지 않는 신자들이 많아 후원금이 많이 줄었다. 지금까지 13년 동안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를 대접했다. 가까운 빵집 신자가 매주 목요일만 되면 빵을 기부해주고, 노숙인들에게 용돈을 주라며 10만 원을 건네온 본당 신자도 있다. 직접 장을 봐다가 부침개를 대접한 날도 있다.
빈첸시오회는 노숙인 중에서 책임감 있는 반장 한 명을 뽑아, 출석과 용돈 관리를 하게 한다. 반장을 다른 노숙인보다 두 배의 용돈을 받는다. 반장을 맡으면 보통 3~6개월 정도 하는데, 지금까지 반장을 했던 노숙인들은 대부분 사회로 복귀했다.
초창기부터 빈첸시오회 활동을 해온 박남순(골룸바)씨는 “부추와 호박, 당근을 사다가 부추전을 해왔는데 노숙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며 “먹지 못하는 설움이 젤 크다는데 이렇게 음식을 나누는 일이 예수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명숙(미카엘라)씨는 “안색이 안 좋아 아프시냐고 물으면 막 우는 분들도 있다”며 “우리가 이 활동을 하는 이유는 간식과 용돈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심씨는 “취직을 해서 다시 찾아와 감사인사를 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그저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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