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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코로나19, 일상 신앙실천 인식 높였다"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6-05 조회수 : 2693

 

▲ 6월 1일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 결과 발표가 있었다. ⓒ배선영 기자

코로나19로 미사 중단을 겪으면서, 신자들은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주일 미사 의무 참석에 대한 생각이 덜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우리신학연구소(우신연)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공동으로 진행한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워크샵이 진행됐다. 

이 설문조사는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두 달 가까이 중단되면서 평신도, 수도자, 사제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고, 무엇을 느꼈는지 진단하기 위한 것으로, 5월 10-20일까지 진행했다. 신자 6074명, 수도자 438명, 사제 134명, 총 6646명이 답했다.

먼저 설문에 응답한 이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보면, 신자 가운데 여성이 76.6퍼센트(4654명), 남성이 23.4퍼센트(1420명)였다. 연령대는 60대가 32.4퍼센트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50대 30.7퍼센트, 40대 17.2퍼센트, 70대 이상 9.9퍼센트, 30대 6.6퍼센트, 20대 이하 3.3퍼센트 순으로 응답했다. 온라인을 통한 설문이었는데도 비교적 높은 연령대에서 많이 참여했으며, 50-60대 이상 여성의 참여가 높은 것은 현재 교회 구성원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줬다.

코로나19 시기 신앙생활 변화에 관한 질문에 ‘일상 신앙실천의 중요함을 인식했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설문 결과를 발표한 우신연 경동현 연구실장은 “신앙생활의 변화 범주 가운데 질적 변화를 촉진할 범주를 꼽으면 ‘일상 신앙실천의 중요함 인식’과 ‘주일미사 의무참석 생각의 감소’를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본당 활동에 적극적인 신자일수록 ‘일상 신앙실천의 중요함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이는 미사를 중심으로 조직화된 전례, 성사 중심의 본당 활동의 약화와 연결될 수 있으며, 곧바로 ‘주일미사 의무 참석에 대한 생각이 덜해지고 있다’는 응답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본당 활동에 매우 열심인 신자 3명 중 1명꼴(33.8퍼센트), 어느 정도 열심인 신자 5명에 2명꼴(41.4퍼센트)로 주일미사 의무 참석에 대한 생각이 덜해졌다고 답했다.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었을 때 본당의 활동을 두고 신자와 사제의 응답이 큰 차이를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제 70.9퍼센트가 공동체 미사 중단 때 본당에서 ‘본당소식/강론 등 문자 전달’을 가장 많이 했다고 답했는데, 같은 답을 꼽은 신자는 49.7퍼센트였다.

평신도 입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우신연 이미영 소장은 본당 자모회 소속이지만 본당에서 아무 연락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역반이나 본당 단체 활동을 하는 신자들을 제외하고 본당의 연락망은 어디까지이며, 두 달 넘게 연락이 닿지 않은 신자들에게 성당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 천주교회가 더 관심 가져야 할 주제로 수도자, 사제, 평신도 모두 '성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실천으로 의식과 구조의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이미지 출처 =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 결과, 우리신학연구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 천주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로는 ‘성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실천으로 의식과 구조의 변화’를 신자(39.3퍼센트)와 수도자/사제(52.3퍼센트) 모두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일상에서의 신앙실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본당 밖에서의 사회 참여, 봉사를 신앙생활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일상의 신앙실천이 무엇인지 모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서 복음적 삶을 사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신앙을 교회 안으로만 한정하고, 성당 밖에서는 세속의 사람처럼 살지 않았는지 반문했다.

이어 그는 “미사를 드리고 교무금을 내는 사람만을 가톨릭 신자로 볼 것이 아니라, 가톨릭 정신으로 사는 이가 스스로 신자라고 한다면 그는 가톨릭 신자”라며, 신자의 범위를 넓게 볼 것을 강조했다.

<가톨릭평론> 박문수 편집위원장도 이번 결과를 보고 “신앙생활은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영위하는 것임을 자각한 신자들이 제법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신자들에게 성당으로 상징되는 ‘성(聖)’의 공간이 바깥의 공간으로까지 넓어졌다”며, 넓어진 영역에서도 잘 살 수 있는 평신도 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당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실천으로 나아감에 있어 “평신도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사회에서 복음을 사는 것에 관한 답은 ‘가톨릭사회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수녀는 교구나 성직자가 대안을 제시해 평신도를 이끌기보다는, 신자들이 스스로 변화하려 하고 교회는 신자들과 동반할 때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로 성과 속의 경계가 무너져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성스러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정부교구 김승한 신부(토평동 성당)도 일상에서의 신앙실천은 ‘세속에서 어떻게 성스러움을 찾을 것인가’와도 같은 맥락이며, 그동안 성스러움은 성당이나 성지 등 공간이 주는 거룩함에 고정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주는 거룩함’을 강조하며, 성스러움은 성스러운 공간에만 있지 않으며, 성스러운 시간에서도 찾을 수 있고 그러면 시장 한복판에도 성스러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성스러움으로 채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자 각 교구는 유튜브 등으로 미사를 중계했다. 이는 평소 여성 신자나 수도자의 참여가 최소화되면서 남성 중심의 전례를 뚜렷하게 보여 주기도 했다.

우신연 이미영 소장은 방송으로 미사를 본 주변 여성들로부터 “가톨릭교회가 남성 중심적이라는 것이 더욱 뼈저리게 와닿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본당에서는 성가대, 복사, 해설 등 미사에 여성이 함께하지만, 방송 미사 때는 사제만 보여, 천주교에는 여성이 필요 없는 존재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현숙 수녀도 공동체 미사 중단 상황에서 여성 수도자로서의 어려움을 나눴다. 수도자는 미사를 매일 봉헌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었고, 다른 공동체에 폐를 끼칠까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남자 수도원에는 미사를 집전할 사람이 많은데, 왜 여자 수도원에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일미사가 수도자의 의무라면, 왜 우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고, (미사 집전을) 부탁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빈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미영 소장은 설문 결과를 보며 자기 생각을 교회와 나누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신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싶은 바람에 비해 소통의 기회는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 미사 중단과 같은 중요한 결정은 신자와 상의해 결정할 일이라는 의견에 신자 59퍼센트, 수도자/사제 53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지 출처 =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 결과, 우리신학연구소)

이번 설문 결과에서 미사 중단과 같이 중요한 결정은 신자와 상의해 결정할 일이라는 의견에 신자 59퍼센트, 수도자/사제 53퍼센트가 동의했다. 결과에서 보듯이 신자들은 교회의 결정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내고 참여하길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장은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신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본당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이들은 10퍼센트 남짓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외에는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가 마땅치 않다며, 교회가 적극적인 신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신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듣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선영 기자 daria@catholicnews.co.kr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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