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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옥살이 버티게 한 것은 오로지 믿음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9-10-23 조회수 : 1086

20년 옥살이 버티게 한 것은 오로지 믿음

화성 8차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복역한 윤 빈첸시오씨, 교도소에서 영세… 교정 사목 중요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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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발행 [1536호]

▲ 화성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여 년 옥살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는 감옥에서 천주교에 입교해 신앙의 힘으로 버텼다고 밝혔다. 가톨릭평화신문 자료사진

▲ 교도소 내 미사 장면.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제공



화성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여 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윤 빈첸시오(52)씨가 “감옥에서 천주교에 입문해 신앙의 힘으로 버텼다”고 밝히면서 교정사목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또 윤씨가 “자신은 경찰의 강압 수사와 부실한 재판의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사법시스템에 큰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옥중에서도 재심을 고민했으나 증거가 없어 뒤집기 어렵다고 주변에서 말렸다”며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재심의 기회가 생긴 것 같고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면 세례명 빈첸시오처럼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화성 8차 살인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13살 박모 양이 피살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토대로 윤씨를 체포했고 윤씨는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통해 범인으로 확정됐다.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19년 6개월간 복역한 후 모범수로 석방됐다. 재판 전 구치소 구속기간을 합치면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다. 영원히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56)씨가 10월 초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윤씨는 “당시 경찰 수사는 모두 조작됐으며 경찰이 사흘간 잠을 못 자게 해서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며 “사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1심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가 2심 때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돈으로 1500만 원을 줘야 개인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며 “돈이 없어서 국선변호사를 선임했지만 1ㆍ2심 통틀어 두 번 봤고 재판에서 ‘선처를 바란다’고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윤씨와 5년간 교도소에서 생활한 동료 L씨는 “윤씨가 시도 때도 없이 하춘화의 ‘무죄’라는 노래를 불렀다”며 “‘자기는 피해자 얼굴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씨를 곁에서 지켜봤던 A씨는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들어올 때부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며 “하도 ‘억울하다, 무죄다’ 해서 오죽하면 ‘걔 별명이 무죄’라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1차 경찰, 2차 검찰 수사, 1심과 2심, 3심을 거치는 재판 등 5차례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교정, 교화 활동을 하고 있는 천주교 담당 교정위원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씨가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만약 윤씨가 사형을 선고받아 사형을 당했다면 되돌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사형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교정시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교정시설에서 허용해주는 것만 하다 보니 대화할 수 있는 재소자가 제한된다”며 “교정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정위원들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억울한 수감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허술한 우리 사법시스템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개선책 마련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현 신부는 “윤씨 사건을 보고 ‘돈이 없어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한 판결을 많이 받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정말로 윤씨만 그랬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검사가 그렇게 했지?’ 그랬을 때, 또는 판결문이나 기소장에 그렇게 되어있을 때 이의를 제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그래서 아무 데에도 호소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안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일침을 놓았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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