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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7일간의 파업 농성이 이후 수많은 동료의 죽음과 10년 싸움으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김득중 쌍용자동차 노조지부장)
“잘 나가던 기타 제조 회사가 문을 닫고 하루아침에 해고자 신세로 전락했죠. 그럼에도 ‘내 일’처럼 여겨주신 신부님과 수도자, 동지들의 ‘연대의 힘’이 없었다면 어찌 버텼을지….”(김경봉 콜트콜텍 노동조합원)
부당해고 이후 사측과의 10년 넘는 투쟁으로 힘겨운 나날을 지냈던 이들의 이야기에 신학생들의 이목이 쏠렸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노동사목소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이주형 신부)가 6월 25~27일 서울 씨튼영성센터에서 마련한 ‘2019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에서다.<사진>
올해 연수에서는 특별히 오랜 기간 투쟁으로 어두운 터널과도 같은 고통의 삶을 살다 복직과 협상 타결을 경험한 노동자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12년 투쟁 끝에 지난해 복직한 KTX승무지부 김승하(가타리나) 전 지부장과 사측의 일방적 폐업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은 콜트콜텍 김경봉 노조원, 공권력에 의한 피해와 동료의 죽음을 마주했던 쌍용자동차 김득중 노조지부장이 함께 자리했다. 연수에 참가한 4개 교구 신학생 20여 명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되새겼다.
김승하 전 지부장은 “부당한 처우와 해고 앞에서 싸움을 멈출 수 없었고, 그 부당함 앞에 뿔뿔이 흩어진 사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며 쟁의 활동의 의미를 전했다. 김경봉 조합원은 “투쟁 때 신부님들께서는 미사로, 수도자들께선 돈이 부족한 저희를 위해 자녀 등록금까지 내주셨다”며 천주교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주교회의 노동소위원회 총무 정수용 신부는 “사제를 꿈꾸는 신학생으로서 이들의 고통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보고, 공동선으로 나아가려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했다.
신학생들은 연수 동안 ‘노동 건강권’, ‘교회 가르침으로 본 노동’을 주제로 특강을 듣고, 산업화의 상징을 간직한 장소인 구로공단과 전태일 다리 등을 다녀오는 ‘노동 역사 기행’ 시간도 가졌다.
오형훈(미카엘, 서울대교구) 부제는 “현장에 계셨던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족한 노동환경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돌아봤다”고 했다. 박근형(사무엘, 부산교구) 신학생도 “미래에 사제가 되어 몸과 마음이 아픈 노동자들이 있다면 그들과 꼭 함께하고,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생각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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