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봉헌된 것은 8년 만입니다.
어제 임진각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신자들로 가득했는데요.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은지 기자 어서 오세요.
1. 오랜만에 봉헌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입니다.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었죠?
그렇습니다. 이번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는 8년 만에 봉헌됐습니다.
전국 규모의 미사는 네 번째였는데요.
2000년에 봉헌된 대희년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전국대회가 처음이었고요.
2003년과 2011년에는 어제처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사실 요즘 한반도 정세가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바라보이는 임진각에서 미사를 봉헌한 것은 그만큼 평화를 위한 기도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2. 어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자들이 함께했습니다. 분위기가 어땠나요?
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가본 분들 많으시죠.
넓은 잔디광장이 전국에서 모인 신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주교회의는 2만 명이 넘는 신자가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교구와 전주교구 신자들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전날 도착했고요.
마산교구와 부산교구 신자들은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임진각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경건한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어제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등 무더위가 심했는데요.
신자들은 2시간 동안 모자를 쓰고, 양산을 쥐고, 정성스럽게 미사를 드렸습니다.
2백여 명의 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신자들의 안전을 챙겼고요.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의료센터 두 곳을 마련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폈습니다.
3.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의 소감도 궁금합니다.
제가 미사 내내 평화누리공원을 걸어 다니면서 신자들의 모습을 살펴봤는데요.
마침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 태어난 신자를 만났습니다.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강성대 모세 / 광주대교구 방림동본당>
“제가 1950년도에 태어난 6·25 둥이입니다. 제가 이 미사를 참석한 것은 참 감회가 깊고, 하루 빨리 우리 조국 통일이 돼가지고 우리 남과 북이 서로 왕래가 돼가지고 서로 우리 남한 쪽에 있는 사람들은 북에 가서 같이 음료수 마시면서 이야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북에 있는 동포들이 남에 내려와서 서로 평화를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최대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평일 오전인데도,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온 신자들도 꽤 있었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이뤄져야 하는 일이잖아요.
아이와 부모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유다연 모니카 / 수원교구 봉담본당>
“너무 좋은 기회라서 체험학습을 내고 가자고 했더니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너무 뜻깊은 자리라서 같이 오게 됐습니다.”
<김태헌 요셉 / 수원교구 봉담본당>
(어떤 기도 드렸어요?) “북한이랑 남한이 통일돼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서로 도우면서 살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런 기도를 했어요.”
4. 미사 시작 전에 대붓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어요.
네, 국당 조성주 서예가가 큰 천에 ‘평화’라는 두 글자를 새겼는데요.
양동이에 담긴 4리터의 먹에 160cm 길이의 대붓으로 막힘없이 써내려갔습니다.
북 소리에 맞춰 마지막 획이 그어지자 신자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습니다.
조성주 서예가는 단 두 글자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느라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평화’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남달랐다고 합니다.
소감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국당 조성주(다니엘) / 서예가>
“오늘은 제가 한 200회 공연을 했는데도 오늘 이런 공연은 처음입니다. 온 국민이 염원하는 ‘평화’라는 두 글자를 오늘 쓰면서 가슴이 아주 뭉클했죠. 더군다나 임진각 북녘 땅을 쳐다보면서 같은 민족으로서 이 나라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들이 ‘전부 똑같구나’라는 마음 때문에 약간 울먹하기도 하고, 기분이 굉장히 업이 된 상태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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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는 끝났지만, 가톨릭교회의 기도는 계속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한 기도로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한국 천주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묵주기도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부터는 매일 밤 9시 주모경을 바치면서 한반도 평화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교구별 기도 운동도 계속됩니다.
서울대교구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명동대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고요.
북녘 본당을 정해 기도하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대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양교구와 자매결연을 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반야루카교구장 프란요 코마리챠 주교도 서한을 보내왔는데요.
“신자들이 평양교구를 위해 매일 미사 끝날때마다 평화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자들의 기도가 북녘 땅에 전해지길 바랍니다.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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