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경북 군위.
군위엔 추기경의 생가가 있고요.
추기경의 정신을 기리는 공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추모 열기가 더 뜨겁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엔 방문객이 유독 많았다고 하는데요.
김혜영 기자가 추기경 선종 10주년을 맞아서 군위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북 군위는 김수환 추기경이 신앙과 꿈을 키운 곳입니다.
5살 무렵부터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군위에 살았습니다.
군위엔 추기경이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는데, 방 2칸에 부엌 1칸짜리 단출한 초가집입니다.
추기경은 생전에 이곳에 들러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생가 옆에는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이 있습니다.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3월 문을 열었습니다.
추기경의 일생을 살펴보고, 산책도 하고, 기도와 묵상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공원의 명물은 추기경의 온기가 느껴지는 동상.
추기경의 손을 잡거나 안으면, 마치 추기경이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한 체온이 느껴집니다.
지난 주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엔 평소보다 방문객이 많았습니다.
공원에 새롭게 봉헌된 성물 축복식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방문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문 곳은 성모상.
성모상은 우리가 흔히 보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성모님이 아닙니다.
지구를 밟고 올라서서 두 팔을 벌려 신자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성광처럼 두 손을 이어주는 것은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새롭게 마련된 십자가의 길 14처 조형물도 저마다 특색이 있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예수님의 두 손엔 줄이 묶여 있고, 예수님을 모욕하는 손가락이 돌출돼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다 넘어진 예수님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무덤에 묻힌 예수님의 얼굴은 갈라져 있습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성모상과 천사상, 십자가의 길에 일일이 성수를 뿌리고 축복했습니다.
공원 내 스테파노 경당에서 봉헌된 축복예식.
뜻깊은 순간을 함께하려는 신자들로, 경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조환길 대주교 / 대구대교구장>
이번에 10주기를 맞이해서 성모상, 천사상, 14처를 설치하게 된 것은 굉장히 뜻이 깊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작품들을 설치하고 보니까 공원이 좀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공원이 조성된 지 1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 나무들이 좀 덜 자랐고, 죽은 나무도 있고, 조경을 좀 더 손을 보고 나무들이 좀 더 자라면 아주 아름다운 공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모상을 제작한 정미연 화백은 작품을 제안 받고 마음이 뛰었다면서, 성모님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미연 소화데레사 / 화백>
작품 의뢰를 받고 이 자리에 섰을 때, 저에게 주신 성모님의 메시지가 있었어요. 지금 보시면 아시다시피 어떤 바람 기운을 느끼고 계시죠? 성령의 바람을 지금 이 시대에 몰고 오라는 어떤 사인과 같이, 이 자리에 섰을 때 성모님께서 그런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에 성물이 봉헌된 건, 지역에서도 뜻깊은 일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영만 군위군수 등 지역 인사들도 축복예식에 함께했습니다.
<이철우 경북지사>
경상북도 도지사로서의 역할이라고 하면 밥을 많이 갖다주는 것 같습니다. 관광 자원화 해가지고 큰 홍보를 해서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불렀던 추기경.
조환길 대주교는 ‘바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조환길 대주교 / 대구대교구장>
바보는 이 세상 물정에 약삭 빠르게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는 거죠. 자기한테 필요한데, 다른 사람이 필요하면 얼른 주는 게 바보입니다. 추기경님이 그렇게 살았다는 얘기죠.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추기경의 삶과 행적은 아직도 국민의 마음에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윤옥희 도나다 / 대구대교구 군위성당>
저는 군위성당 신자이기 때문에 여기에 자주 옵니다만, 오늘도 너무 많은 걸 느꼈고 감사하고 느낀 게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얼만큼 보고 싶으세요?) 많이 보고 싶죠. 하늘과 땅만큼.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리운 추기경.
이곳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엔 추기경의 숨결을 느끼려는 신자와 국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군위에서 cpbc 김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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