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는 예수회 제야라즈 벨루스와미 신부, 한국 교회 관심과 기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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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이 난민촌에 남아 있는 한, 예수회원들은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로힝야 신부’로 불리는 제야라즈 벨루스와미(Jetaraj veluswamy, 58) 신부가 11일 방한했다. 25∼29일 서울에서 열릴 예수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구 이주민 사도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회의에 앞서 치빌타 카톨리카 포럼 등에 함께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로힝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오늘날 예수님은 로힝야’라고도 하셨지요. 저희가 로힝야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유는 난민들의 모습에서 고통받으시는 예수님을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예수회 인도 콜카타관구장과 수련장 등을 지낸 벨루스와미 신부는 현재 방글라데시 남부 도시 콕스바자르의 쿠투팔롱 난민촌에서 80여 명의 직원, 봉사자들과 함께 어린이 쉼터(Child friendly Space, CFS)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1곳마다 280여 명의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와 4부제 방식 놀이수업을 통해 심리상담과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5곳은 지난해 3월에, 나머지 6곳은 올 1월에 문을 열었다.
“CFS는 원래 유니세프가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고안한 프로그램인데, 로힝야 아이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어 심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쿠투팔롱의 난민이 75만 명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아이들입니다. 30만 명의 아이들이 사실상 방치돼 있어 아이들을 위한 사도직을 하게 됐지만, 3000명도 채 돌보지 못합니다.”
난민 사도직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예수회난민봉사기구는 가톨릭 단체인데다가 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방글라데시 정부 당국에서 비정부기구로 등록해주지 않아 ‘카리타스 방글라데시’의 이름을 빌려 사도직을 해야 했다. 더군다나 난민촌 무슬림들은 선교 활동을 우려하며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벨루스와미 신부와 CFS는 심리치료와 프로그램 중심의 활동을 통해 난관을 극복했다. 이제는 무슬림들도 벨루스와미 신부를 보면 스스럼없이 반긴다.
벨루스와미 신부는 그 비결로 CFS라는 우수한 프로그램과 교사 훈련 프로그램, 무슬림 출신 현지 활동가와 봉사자들을 꼽고 “가톨릭 단체이기에 아무래도 난관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슬람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에 대한 사도직을 아무런 제약 없이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고통받는 무슬림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다움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벨루스와미 신부는 “현재 독일 등 유럽 예수회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사도직은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며 로힝야 아이들에 대한 한국 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벨루스와미 신부는 5월 1일 출국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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