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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인터뷰] 김혜선 수녀 "낙태죄 위헌은 여성이 짐을 더 지는 것"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9-04-03 조회수 : 1043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착한목자수녀회 김혜선 수녀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낙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낙태 상처가 의외로 크고 깊다고 합니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서 피정을 진행하는 곳이 있네요.

착한목자수녀회 김혜선 수녀님, 미니 인터뷰로 만나보죠.



▷ 수녀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낙태죄가 합헌이냐 위헌이냐 공방이 뜨겁습니다. 수녀님은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 개인적으로는 많이 마음 아프게 바라보고 있고요. 모두 다 모여서 낙태죄가 위헌이다 아니다 논하고 있는데, 이것은 세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남성과 여성 그리고 태아. 나아가서 교회나 국가적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고요.

제가 마음이 아프다는 건 여성들이 길거리로 나가서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이야기하는데, 그 때 남성들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보았으면 해요. 낙태죄가 있을 때도 남성은 자유로웠고, 낙태죄가 폐지되면 더 자유로워지는 것인데. 남성들은 사태를 관망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낙태가 위법일 때도 여성들의 짐이 무거웠다는 거죠. 그런데 그 짐을 더 무겁게 지겠다는 것처럼 저한테는 들려서요.

낙태를 하는 것은 순간 그 짐을 더는 것처럼 느껴질 텐데, 여성의 몸은 생명과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죠. 그곳에서 태아가 인공적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여성의 영혼은 행복할 수가 없어요. 총체적인 시각으로 논란을 바라보길 바라고요.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 이제는 제도의 차원으로 둬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중요한 것은 낙태죄 논란을 볼 때, 사람들은 성인들만 생각해요. 그런데 이것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기성세대들이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낙태한 여성들을 위해서 ‘낙태화해피정’을 진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 매달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데요. 현재는 주로 가평 성빈센트 환경마을이라고 하는 피정집에서 진행되고 있고요. 무료로 진행됩니다. 무료로 되는 건 가톨릭 내에서 인가한 성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 성교육 프로그램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피정에 참석하셨던 분들을 보니까 6백여 명에 달하는 것 같아요. 참가자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진행은 착한목자수녀회 수녀들이 하고 있습니다. 첫날엔 자기 자신을 만나고, 둘째날은 낙태한 아기를 만나는 시간을 갖고요. 저녁에 고해성사와 개인면담을 하고. 셋째날은 파견미사로 마치게 되어 있습니다.



▷ 피정에 참여하신 분들 연령대는 보통 어떻게 되나요?

▶ 20대에서 80대 말까지 오세요. 가임기 이상의 여성들,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폭이 이렇게 넓고요. 생활환경도 정말 다양하시고. 그런데 공통적으로 낙태에 대한 고통은 똑같습니다.



▷ 피정에 들어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통이나 어려움은 어떤 건가요?

▶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되게 나오는 것들이 하나가 있는데 가임기 시절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공유산을 선택하죠. 그리고 나서 그 때는 죄라는 것을 몰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더 어른이 되고,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을 때 괴로움이 시작된다고들 하세요. 생명을 포기하면서 얻은 행복이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 대해 많이 말씀하시고. 특별히 외형적으로는 자녀들이 다 자랐을 때, 그 아이를 낳았으면 이렇게 컸을 텐데 하는 미안한 마음. 그리고 자녀에게 혹은 가정에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낙태를 해서 벌 받고 있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신다 그래요. 낙태의 고통을 기억하는 것이 부부의 결합을 어렵게 하기도 해요. 부부의 결합은 낙태를 다시 경험할 가능성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의식 안에서. 미혼모는 미혼부가 공감해주지 못하는 것. 여성만이 쥐고 있는 어려움이라는 거죠.



▷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굉장히 많네요. 낙태로 인한 상처와 어려움들, 어떻게 화해를 도와주시나요?

▶ 마음 속에 묻어둔 그 아픔이라든가 함부로 꺼내기 두려운 이야기들이죠. 알고 보면 그런데. 여기 오시는 분들이 고해성사도 여러 번 보셨고, 낙태 아기들을 위한 미사 봉헌, 성지순례, 봉사, 희생 등 이런 걸로 갚아내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는데. 그런 애쓴 흔적들이 정말 가여울 정도에요. 참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피정을 오면서, 어떤 분은 아기를 만나면서, 누군가는 고해성사 안에서, 어떤 분은 면담 안에서, 어떤 분은 피정집을 떠나고, 어떤 분은 집에 도착해서 살면서 이것이 일어나는데. 그게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지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자리를 펴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것이라는 확신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이것이 이 프로그램을 9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하신다는 확신이 있어요.



▷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낙태에 대해서 뭐라고들 하나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적어도 이 피정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그리고 참석하실 분들은 낙태를 죄라고 생각하고 아파하는 분들이세요. 하느님께 화해를 청하러 오시는 건데, 그래서 피정 마치는 날이 되면 이렇게 말씀하세요. 참가한 연세층이 있다고 했잖아요.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잘한 거다. 나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힘들어하지 않고 왔으니까 정말 잘한 거다" 라는 이야기도 하시고요. 참가자들 중에서 80이 훌쩍 넘은 자매님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하느님 앞에 가기 전에 이 죄를 꼭 고백하고 싶었다고. 한 번은 해결하고 싶었다고.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가시는 날은 ‘어떻게 앞으로 살고 싶으시냐’ 말씀드리면 "우리 딸들이 그리고 젊은이들이 당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돌아가셔서는 주변분들이 피정에 참석하도록 권하시더라고요 많이.



▷ 피정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시면서 ‘이런 부분은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도 있으신가요?

▶ 그런 부분은 참가자들은 교회의 남성 피정 지도자들로부터 낙태 치유 프로그램이나 피정을 다녀오신 경험들이 있으세요. 여기서 제가 아프게 바라보는 것은, 그런 여성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남성 지도자들이 던진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가 더 깊어져서 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강연 중에 고개 숙인 여성들을 보면서 ‘지금 고개 숙인 분들은 모두 낙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말을 던진다거나, 낙태된 아기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준다거나, 생명대회에 가면 조각조각 찢겨진 자궁 속 태아 영상을 틀어준다거나. 이것이 교회가 계속해서 여성들에게 고통과 짐을 지우는가. 교육적인 차원도 분명히 있지만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생겨나는 것은 남녀 공동의 책임입니다. 남성들도 낙태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고, 고해성사도 해야 하고, 교회 남성 지도자들은 생명에 대한 피정 프로그램 및 교육 이런 것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이런 요청을 하는 남성들 전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는 거죠.



▷ 가톨릭교회에서 낙태를 반대하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요.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에 대해서 사회와 교회 모두 관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분들한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 제가 5가지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남성이 함께 지는 책임, 지금까지 계속 말씀드렸던 가락인데요. 교회의 남성에 대한 교육, 여성은 생명을 자라도록 만들어진 몸을 축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형제님들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는 여성에게만 낙태죄를 물을 것이 아니라, 남성 형제들이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요. 우리 교회 안에서조차 이것이 실천되지 못한다면, 세상을 향해 하는 말이 힘이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예방이 정말 중요한데요. 틴스타 성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몸의 신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참 좋고요. 신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고요.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 연령이 접근하기 좋은 프로그램이고요.

세 번째는 이미 낙태를 경험하신 분들에게 화해여정이 정말 필요하다. 아까 소개한 피정처럼요.

네 번째는 임신에 대한 남성 책임법. 유럽에서는 미혼부가 10대라 할지라도 아기 양육비를 부담하도록 한다거나 어떤 법적인 제재를 통해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놓고 있거든요. 그래서 벌을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런 법적인 구조 안에서 자란 청소년이 책임을 배우게 되는 것이거든요. 혼인 후에 책임감 있는 부부생활도 하게 될 것이고, 영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으로 초대가 될 텐데요. 낙태죄에 대한 것을 이제는 개개인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으로 구조를 만들어주어야 남녀 모두 인격적인 관계 맺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마지막 다섯 번째로는 미혼이든 기혼이든 아기를 낳는 것이 희망이 되는 법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목요연하게 거의 완벽하게 정리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잘 반영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미니 인터뷰, 낙태화해피정을 진행하고 계신 착한목자수녀회 김혜선 수녀님 만나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김혜영 기자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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