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 이틀째인 어제, 주교들은 개막식과 함께 전체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안건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개막연설에서, 평신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 기울일 것을 주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이힘 기자입니다.
[기자]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개막 연설에서 첫 번째 주제로 삼은 건 교회 안에서의 평신도 역할의 증진입니다.
평신도의 역할은 참으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특히 한국 평신도들은 첫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표양을 본받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초석을 놓은 주역이 바로 평신도였고, 이는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기에 높이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을 인용해 교회는 사제나 봉헌 생활자, 주교들의 엘리트 집단이
아니라고 일깨웠습니다.
교회의 모든 이가 충실하고 거룩한 하느님 백성을 이룬다는 사실을 잊으면 많은 위험과 왜곡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 주한 교황대사>
“교황님께서는 2014년 이곳 한국에서 여러분에게 ‘평신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라고 독려하셨습니다.”
이는 성직자 중심의 교회를 벗어나 평신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 주한 교황대사>
“우리가 공동으로 지니는 교회 정체성을 인식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위험한 병폐 가운데 하나인 성직주의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가 됩니다.”
성직주의는 교황께서 주교와 신부에게 말씀하실 때 자주 언급하는 질병이라고 슈에레브 대주교는 덧붙였습니다.
한국 순교자 기념에 관해 특별한 사목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교황의 주문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의 유산은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역사를 풍요롭게 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순교자들의 희생에 대한 생생한 기억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굳건히 하고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갈 중요한 사목적, 교리적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지난 6월 교황청 승인으로 조성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칭찬받을 만한 모범 사례로 꼽으면서 각 교구에서 순례길 조성 사업이 지속해서 추진되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전국적, 국제적 차원에서 협력해 순례를 장려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습니다.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정치 지도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열쇠는 기도라며 우리 모두는 기도의 불이 한층 더 타오르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교들과 한국교회 전체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바치는 진심 어린 기도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겠다고 슈에레브 대주교는 약속했습니다.
주교회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봉헌과 지속적인 기도운동 전개 방안 등을 논의한 뒤
모레 금요일 회의를 마칩니다.
cpbc 이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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