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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온 것 같아요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9-02-22 조회수 : 1237

수원주보 2019년 2월 24일자 4면  생태에세이


외국에 온 것 같아요


   요즘 가끔, 햇살이 좋고 맑은 공기가 느껴질 때면 사람들이 “외국에 온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공기가 안 좋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침이면 ‘미세먼지 농도가 짙으니 외부활동을 하지 말라.’는 스마트폰 앱의 경고를 받기도 합니다.

 

   2018년 1월, 서울시는 미세먼지의 상태가 1952년 12월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과 유사하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1952년 당시의 런던은 규제 없이 석탄을 연료로 공장을 가동하고, 난방을 하였으며, 전차를 디젤 버스로 교체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찬 대기가 고여있는 상태가 지속되자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황’이 잔뜩 발생하여 최악의 대기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단 10일 동안 1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현재의 런던은 어떤 상태일까요? 놀랍게도 런던은 깨끗하고 안정된 대기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 인도(90.2㎍/㎥), 중국(53.5㎍/㎥) 다음으로 높은 25.1㎍/㎥로 측정되었습니다. 핀란드(5.9㎍/㎥)와 비교하면 4배, 프랑스 파리(13.9㎍/㎥), 일본 도쿄(13.3㎍/㎥), 영국 런던(12.5㎍/㎥) 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매년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언론과 정부는 중국의 산업화에 그 원인이 있다며 모든 상황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런던 스모그 사건’의 원인에서 보듯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초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34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과 2,000년 초반부터 실시된 디젤 연료 차량 확산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이 우리나라의 대기질을 최악으로 몰아왔습니다.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고 쉽게 선택한 에너지 정책과 삶의 방식이 현재 상황을 초래한 것입니다. ‘돈’이 모든 것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면서 우리는 ‘숨’ 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영국이 ‘런던 스모그 사건’을 계기로 정책을 바꾼 결과 맑은 공기를 되찾은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충남 서천의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자 대기질이 개선되었다는 뉴스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글.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교구 환경위원장·지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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