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2월 10일자 3면 복음단상 깊이읽기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의 방문 혹은 소명을 받은 이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전형적인 성경 구절이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를 본 즈카르야가 두려움에 사로잡히자 가브리엘 천사는 “두려워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루카 1,13) 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나타난 가브리엘 천사는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1,30) 라고 말합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예
수님께서는 고기 잡는 어부인 시몬과 야고보와 요한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십니다. 갑자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 시몬이 ‘두려워’하며 저에게서 떠나가 달라고 애원하자, 예수님도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라고 하십니다.
즈카르야에게 천사가 말한 ‘두려워하지 마라’(μὴ̀ φοβοϋ̈ : 메 포부) 라는 이 표현은, 즈카르야의 기도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셨음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경우에는 마리아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음
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으며, 마리아에게 벌어진 일을 통해서 하느님이 당신의 일을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당신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인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앞으로 수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안에 당신이 함께하실 것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두려워하지 마라.’ 라는 표현은 우리가 하느님께 소명을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두려운 마음을 안심시킨다는 의미를 넘어서, 하느님께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실 것이고, 은총으로 우리를 이끄실 것이며,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하여 우리가 어려움 속에 있을 때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실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글. 이수완 로마노 (하상신학원 외래교수, 영성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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