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김정희 세실리아 수녀 / 베들레헴 어린이집 원장
지금 만날 분은 어린이집 원장님이십니다.
그런데 보통 어린이집과는 조금 다릅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중점적으로 돌보고 있는데요.
그것도 24시간 하루 종일 말입니다.
그런 공로로 이번에 대통령 표창을 받으셨네요.
베들레헴 어린이집 원장이신 김정희 수녀님 만나보겠습니다.
▷ 수녀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대통령 표창을 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대통령의 인정을 받은 소감이 어떠십니까?
▶ 우선 무척 기쁘죠. 저희 추천 신부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더니 ‘그동안 정성을 들였으니 세속도 알아주고만. 앞으로 책임감이 더 크겠네’ 하시더라고요. 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하고 있는 사목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된 것 같아 기쁘고요. 그리고 이 상이 저 개인이 아닌 어린이집이라는 기관이 받았다는 점에서 저희 아이들, 교직원, 봉사자, 후원자 그리고 계속 지지해주는 아주사목위원회 가톨릭사회복지회 등 모든 분들이 함께 만들어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대통령 표창 받으면 어린이집 운영에 특별히 도움을 받는 이점 같은 게 있나요?
▶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서는 특별하게 도움을 받는 것은 없는데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이주사목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는 점이고요. 그리고 표창 받을 때 보니까, 표창 받는 기관이 대부분 시나 도 차원으로 받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정말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어느 작은 고을 베들레헴의 마구간처럼 서울 한 귀퉁이에 자그마한 어린이집이 상을 받은 거에요. 보육 현장이 요즘 참 어렵잖아요. 그런 시대에 이 소식을 접한 선생님들도 그리고 보육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힐링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위축되어 가고 있는 보육 현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에 감사하죠.
▷ 베들레헴 어린이집이 다문화 통합 어린이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일반 아동하고 다문화 가정 아동을 같이 돌보시는 건가요?
▶ 네. 저희는 서울시 지정 다문화 어린이집으로서, 국제결혼을 해서 이주한 결혼 이민자 자녀들하고 외국인 노동자 자녀, 난민 가정의 자녀들 그리고 시설에 입소한 가정의 자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일반 한국인 자녀들은 영유아반에 한두 명만 있습니다.
▷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 훨씬 많은 것이군요.
▶ 거의 90% 정도 되는 거죠.
▷ 이렇게 다문화 가정 아이들 돌보는 것에 집중적으로 나선 이유가 있으신가요?
▶ 네. 사연이 많은데 짧게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 어린이집은 사회복지법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설립했고요. 이주노동자 지원을 위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관리하는 어린이집이에요. 시작은 2003년 8월에 보문동에 있는 가톨릭 노동사목회관 산하 베다니아집에서 결혼 이민자 자녀 또 외국인 노동자 자녀 8명이 아가방으로 출발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 결혼 이민자의 경우는 언어도 미숙했고 문화 차이도 있고 그러니까 거기에서 오는 갈등이 심했었고, 남편하고 가정의 불화가 굉장히 심해서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고, 그러다가 견디지 못해서 아주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가정으로부터 피신을 해서 나왔어요. 그렇게 나온 이주 여성이 경제적 부담에 자녀 양육까지 짊어지기에는 너무 역부족이었고 또 불법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 경우는 야간근무 등 열악한 노동 조건과 언어 문제가 심했고, 자녀 양육에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로 했는데, 이들이 일반 어린이집을 이용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고 또 24시간 보육하는 시설은 거의 없었죠. 그래서 정부나 사회기관 이런 데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이들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을 해야겠다 해서 저희 살레시오수녀회에 위탁해서요. 2004년부터 지금까지 베들레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활동과 연계돼서 시작이 되신 거군요.
▶ 네.
▷ 지금 그럼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돌보고 계세요?
▶ 저희 아이들은 지금 25명의 영유아들이 있어요.
▷ 이 아이들도 혹시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나요?
▶ 네. 만 3세에서 5세 유아들은 받고 있습니다.
▷ 24시간 보육시설로 돼있으신데, 24시간 돌봄이 실제로 필요한 아이들도 많습니까?
▶ 초창기에는 100%가 24시였는데요. 그런데 현재는 저희가 정부 미지원 시설이다 보니 여러 가지 상황도 있고 그래서, 현재는 3명의 영유아가 24시로 있고. 그런데 사실 다른 어린이집은 저녁까지 먹고 하원하는 아이가 손에 꼽힐 정도이지만, 저희 어린이집은 거의 90% 이상이 저녁을 먹고 하원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교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잠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는 실정이죠.
▷ 하루 종일 어린이집 신경 쓰시려면 신경쓸 게 한두 개가 아니실 텐데요. 힘들지 않으십니까?
▶ 하하. 저희 돈보스코 성인께서 18세기 청소년들, 소외된 나이 어린 노동자 청소년들을 대할 때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청소년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면 저 높은 수페르가 언덕까지 혀를 끌고서라도 가겠다"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그분의 발 뒷꿈치도 못 따라가지만, 그런 정신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거죠.
▷ 보니까 어린이집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고 계시더라고요. 아이들을 돌보는데 그치지 않으시고, 다문화 가정 학부모들이 1일교사로도 참여하고 있다면서요?
▶ 네. 저희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등 학부모 위원들이 요리수업 활동도 가끔 진행해주고 있고. 또 저희가 성북구 건강가족 다문화기족지원센터하고 연계해서 거기에 프로그램 중 일환인 다문화 리더맘이 들려주는 다문화 예교육이 있어요. 거기에서 엄마들이 파견해와서 각자 자기 나라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문화 이해를 돕고 있는데요. 처음엔 저처럼 떨려서 긴장된 음성으로 하는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니까 거기에 힘을 얻어서 당신들이 준비해온 것을 한껏 발휘하고 가더라고요.
▷ 한국어 교육, 부모 교육, 미술 치료 이런 것도 하시던데 이런 게 다문화 가정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나요?
▶ 물론이죠. 저희 엄마들이 정서적인 상처를 많이 받다보니 그게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요. 아이들이 대부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애착관계 형성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현실인데, 저희가 유아기에 접어들면 미술심리치료에 들어가고 어린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상담 선생님이 부모 교육까지 매월 1회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또 일요일마다 저녁에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엄마들에게 다문화가족지원센터하고 연결해서 매일 수업을 받고 있어요.
▷ 진짜 그냥 어린이집이 아니라 센터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 네. 종합이죠. 하하.
▷ 아이들 상담까지 다 신경을 쓰고 계신 거고요.
▶ 네. 방금 전에 말씀드린 상담 선생님의 미술심리치료를 통해서 개별적인 상담을 받고, 우리누리재단을 통해서 집단상담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 어린이집 운영하시면서 언제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십니까?
▶ 올해 들어서 있었던 일인데요. 많이 있죠. 그런데 5년 동안 24시를 보육하고 있던 아동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도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저희 살레시오수녀회 나자렛집으로 연계해서 그곳에서 가정처럼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것이 정말 기뻐요.
그리고 저희가 정부 미지원 시설이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굉장히 많이 열악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 중엔 정말 초창기부터 꾸준히 저희와 함께 걸음을 해 주시는 봉사자 후원자 분들이 계세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요. 당신에게 온 선물을 텍도 떼지 않고 카드가 들어있는 것도 읽지 않고 고스란히 저희한테 보내주시고 있고요. 또 돈이 없어서 큰 병을 앓고 있는 엄마들이 수술도 제대로 못받는데 그런 사회지원팀을 통해서 수술비를 지원해주는 병원들이 있고. 또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함께 하고 싶다면서 주머니 쌈짓돈을 풀어주시는 어르신들도 있고. 그런 분들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이 일은 정말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이뤄내는 일이구나’ 하고 뿌듯하고 행복하죠.
▷ 다문화 가정 그리고 거기서 자라나는 아이들. 사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 거창한 건 아니고요.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어떤 어른이 ‘김치는 잘 먹니?’ 라고 질문을 하는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데, 왜 이런 질문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 민족으로서 단일 문화 전통을 이어왔잖아요. 그래서 다문화 가정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인데,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차별하지 않도록 더 긍정적인 시선을 가져주는 것. 그것이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치 질문이 그렇게 마음에 박혔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네요. 대통령 표창을 받은 베들레헴 어린이집 원장 김정희 수녀님 만나봤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