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 피아골피정집 조진무 신부 |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11월 6일(화), 오후 2시05분∼2시25분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우리는 왜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해야 하는가?”
진행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예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의 하느님 신앙을 일상에 접목해보는 시간입니다. 피아골피정집 조진무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11월은 우리 교회에서 위령성월로 지내게 되는데요. 신부님, 오늘 주제는 위령성월과 관련된 것을 준비하셨다고요?
조진무 신부: 네. 우리 교회 달력으로는 11월이 마지막 달이고 며칠 전에 우리가 지낸 ‘위령의 날’이 있어서 우리 교회는 11월을 위령성월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 위령성월은 죽음을 맞이하여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면서 기도하는 달이죠. 그래서 오늘은 “왜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네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신앙 전체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일 미사 때 자주 바치는 ‘사도신경’에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그리고 성령 하느님을 믿는다고 신앙고백한 후에,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다.‘고 고백하지 않습니까? 이 신앙고백은 교회에 대한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 교회에 대한 신앙은 우선 ”인류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고, 또한 바로 앞에서 고백한 “성령의 믿는다.”는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 모인 이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마르 16,15 참조), 모든 사람을 교회의 얼굴에서 빛나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비추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교회 헌장 1항) 교회 헌장이 시작되는 맨 첫 문장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가 교회의 머리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해하듯이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는 신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믿고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다고 말한다면 이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연관 속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로마의 성 히뽈리토가 교회란 ‘성령께서 피어나는 곳’이라는 표현을 쓰셨듯이, 성령 하느님은 모든 거룩함의 근원이시고 교회에 거룩함을 주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시라는 점을 생각해야 하고요. 위령성월을 보내면서, 세상을 떠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는 바로 ‘영원한 생명’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있는 것이고, 특히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이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진행자: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한 기도는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신앙 안에서 이해하게 되고, 그것은 바로 교회에 대한 신앙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조진무 신부: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교회는 ‘성도들의 친교’이다고 말하게 되는데, 성도 즉 모든 믿는 이들의 친교라는 성격을 교회의 중요한 개념으로 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946항). 교리서에서는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즉, ‘거룩한 것들(sancta)의 공유’와 ‘거룩한 사람들(sancti) 사이의 친교’를 말합니다. ‘성도들의 친교’인 교회라는 말은 ‘거룩한 것들’(sancta)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뜻하는데,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신자들의 일치가 표현되고 실현되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미사 때의 성체성사를 이루고 영성체를 함으로써 행하게 되는 성찬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성도들, 즉 신자들은(sancti)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는 거룩한 성체와 성혈(sancta)로 양육되어 성령 하느님과의 친교(Communio, 희 koinonia)를 이루면서 성장하고 이를 세상에 더욱 널리 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네, 친교라는 말이 중요하군요. 신부님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 다면요?
조진무 신부: 네. 우리 신앙은 초대교회 때부터 “공유”라는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사도로부터 보존되고 전승되어온 우리 신앙은 모든 영적 자산들을 공유하면서 성장 발전시켜 왔는데 신앙도, 성사들도, 은사 즉 카리스마도, 재물에 대한 것도 특히 사랑도 모두 공유하는 측면을 강조했던 것이죠. 교회가 친교라면 친교의 구체적인 의미와 실천이 바로 이 공유라는 차원을 중히 여기면서 공동선을 추구해 왔던 것이죠.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초기 예루살렘의 신앙 공동체에서는 제자들을 중심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친교를 이루고 빵을 떼어 나누어 먹으면서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42절). 즉,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신앙을 공유하면서 나눔을 통해 신앙을 보다 풍요롭게 키워왔던 것이죠. 그래서 “모든 성사의 효과는 신자 전체의 것이다.”라고 보면서 우리가 7가지로 말하는 여러 성사들과 모든 성인의 통공을 성사의 공유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특히 성체성사를 친교의 성사로서 바라보면서 ‘공유’라는 측면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초기 교회의 신자 공동체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면서(사도 4,32), 자신의 소유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공동체의 소유로 여기면서 특히 가난한 이와 이웃들의 불행을 도와주는 데에 성의를 가지고 실천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신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재산의 주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재물의 주인이고 자신들은 단지 재산의 관리인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진행자: 그렇군요. 우리 신앙은 공유, 공동선, 나눔이라는 가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어요.
조진무 신부: 네. 우리 교회는 성인들의 전구에 관한 신앙이 있죠? 그런 표현도 자주하게 되고요. 즉, 살아있는 우리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깊이 결합되어 있다고 보는 성인들의 형제적인 배려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봅니다. 우리의 나약함과 죄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교리서 956항). 성 도미니코는 임종하면서 형제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울지들 마십시오. 죽은 다음에 저는 여러분에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여러분을 도울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저는 하늘로 올라가 땅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구요.
진행자: 성인들의 말씀처럼 죽음 이후에도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도움을 준다는 믿음을 엿볼 수가 있군요.
조진무 신부: 그래서 우리는 성인들과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죠. 위령성월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는 우리 신앙의 내용인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뜻은 그래서 죽은 이들과 이루는 친교의 차원에서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의 이러한 친교를 명백히 인식하는 교회는 초대 그리스도교 이래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을 커다란 신심으로 소중하게 간직하여 왔고,” 그래서 우리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생각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우리의 기도는 그들을 도울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한 그들의 전구를 (보다) 효과 있게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교리서 958항) 우리 교회는 살아있는 사람이든 죽은 이들이든 모두 “하느님의 한 가족”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서로 한 가족으로 이해하면서 생과 사를 초월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 친교를 이룰 때에 교회의 깊은 내적 사명을 다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교리서 959항).
진행자: 그렇군요. 그래서 우리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단순히 그들이 하느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뿐만 아니라, 그 의미가 바로 교회의 내적 사명이라는 차원을 담고 있었군요.
조진무 신부: 네. 위령성월을 보내면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신앙고백 안에서 왜 우리가 이미 세상을 떠나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를 그 의미에 대해 관련된 내용을 함께 나누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위령성월에 위령기도를 바치는 것은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 교회의 신앙고백과 관련된 깊은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11월 동안 모든 죽은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그들과의 일치와 친교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신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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