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황청과 중국은 지난달 주교 임명에 관해 잠정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황청과 중국의 수교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가톨릭뉴스>에서는 오늘과 내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을 토대로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 전망과 의미` 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교황청과 중국이 수교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맹현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올해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 시노드에는 중국 주교 2명이 참석했습니다.
시노드 출범 56년 만에 처음입니다.
중국 주교의 시노드 참석은 지난달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주교 임명에 관해 잠정 합의하면서 이뤄졌습니다.
이미 중국이 독단적으로 임명한 7명의 주교는 교황청이 인정하지만 앞으로 임명할 때는 교황청의 승인을 얻기로 한 것입니다.
평행선을 달리던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가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교황청과 중국의 수교가 독립적인 교회 운영까지 포함된 것인지에는 물음표가 따릅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에서 마련한 심포지엄은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 전망과 의미를 살피는 자리였습니다.
![]() |
한국외방선교회 김병수 신부는 "5년 안에 수교가 이뤄지긴 힘들 것 같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김 신부는 그 이유로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며 관할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중국 역사에서 종교의 지위는 단 한 번도 정치를 넘어 독립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김병수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복음의 가치와 민족적 가치가 충돌을 일으킬 때 중국 정부는 언제든지 중국 민족을 택한다는 것이죠. 이 점에서 봤을 때 복음이 중국 땅에서 과연 정말 수용될 수 있고, 그것이 수교라는 형태를 가질 수 있느냐."
지난해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교회가 발표한 `천주교 중국화 방향 5년 업무 계획`을 보면 이런 내용이 더욱 잘 드러납니다.
정치적 정체성 강화, 중국적 특색이 있는 신학사상 구축 등 6가지 영역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 신부는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인 토착화라는 개념과 비슷해 보이지만, 교회를 공산당과 국가에 봉사하게 만드려는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체제라면 교회는 공산당의 노선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병수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교회의 영역을 정말로 보장해줄 수 있느냐. 수교라고 이야기한다면 단지, 바티칸이라는 한 국가가 중국이라는 정부와 서명을 해서 수교를 한다. 이런 의미가 아니고 정말로 실질적 의미에서 사목적 교회의 운영까지 우리 보편교회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수원가톨릭대 총장 곽진상 신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교황청과 중국이 수교를 이뤄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곽진상 신부 / 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
"여전히 하느님은 중국 민중의 삶 속에 역사하시고, 종교는 그들에게 평화와 행복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황청과 중국이 수교를 하게 되면 정부가 인정한 교회와 지하교회의 분열이 하루빨리 치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정치로부터 독립된 종교의 지위와 정상적인 교계 제도 회복 등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교황청과 중국이 창의적이고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cpbc 맹현균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