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수원교구 11주년 특집]
대리구제 개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교구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교구 주교들이 대리구장으로 임명돼 주교들이 대리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과 소통에 적극 나선다는 점이다.
교구와 대리구는 어떤 방향으로 대리구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대리구제의 나아갈 방향과 그 준비과정에 관해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와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를 만나 들어봤다.
■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
사진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본당·지구와 다양한 매체 통한 소통 구상 중”
본당 특성 파악해 사목 돕는데 총력
‘은사계발 프로그램’도 기획 단계
소통 핵심은 ‘기도’… 하느님께 의지해야
“이번 대리구제 개편은 대리구라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당과 지구가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돕고자 마련된 것입니다. 당장 해법을 찾으려하기보다는 본당 사제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면서, 신자들과 더욱더 소통하고 통합사목, 바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사목을 구현해나가려 합니다.”
7월 3일부터 제1대리구장을 역임하고 있는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대리구를 지구나 본당의 상위 기관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대리구는 본당과 지구가 통합사목을 위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한 가지 요소를 활용해서 다양한 작업이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을 의미한다. IT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각되는 개념 중 하나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지구와 본당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사목하기 위해 활용하는 ‘교구 통합사목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구는 지속적으로 교구 내 각 국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사목할 수 있는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교구 전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사목을 실천하려 했는데 그게 사실은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대리구제 개편을 통해 통합사목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 2017년 12월 3일 사목교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를 통해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유기적 관계망 안에 놓고 접근하는 사목유형인 ‘통합사목’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교구 규모가 비대해짐에 따라 각 국의 사목분야가 각각 전문성을 띨 뿐 아니라 그 영역과 대상이 방대해 유기적인 협력을 위한 준비작업에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이성효 주교는 이번 대리구제 개편으로 각 사목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용이해졌다고 설명한다. 인원이 적어진 만큼 대리구청 처·국장 사제들과 소통도 더 긴밀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지구와의 연계도 좋아졌다. 게다가 교구청에 비해 대리구청은 직원 수가 적어 각 직원이 협력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 주교는 “제1대리구는 외적으로는 사무처, 복음화1·2국, 청소년1·2·3국으로 나뉘어 있지만, 내적으로는 국과 관계없이 사무행정·교육연구·홍보자료 등을 담당하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통합사목을 위해 사제 간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체는 ▲말씀의 증거생활 ▲전례적인 축제 거행 ▲이웃 섬김의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이뤄지고 각 개인과 공동체가 지닌 뛰어난 점을 계발할 때 건강한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통합사목에서 말하는 건강지표죠. 대리구는 각 지구·본당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 사목자들이 본당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목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둬야할 지 알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합니다.”
특별히 제1대리구는 각 본당에서 통합사목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리구는 ‘은사계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본당에서 견진성사에 그치지 않고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들이 각자 어떤 은사를 받았고, 그 은사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신앙성숙에도 도움을 주고, 본당 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본당이 지닌 특성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해 협력하고 통합사목을 이루는 사목적 플랫폼이 되도록 준비하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 안에서 성장해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는데 익숙한 청소년·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구상하는 플랫폼의 근본적인 목적은 그동안 찾지 않았던 계층에게도 찾아가는 것으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로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공간에서는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 청소년, 청년들에게 어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영적 자양분을 주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밖에도 이 주교는 시간 나는 대로 가장 어려운 본당을 방문하는 등 대리구 내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가 소통을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기도’다. 소통은 그 원천이신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 주교는 말한다.
이 주교는 “대화라는 뜻의 영어 다이얼로그(dialogue)는 그리스어 디아로고스(dialogos)에서 온 말”이라며 “디아로고스는 ‘말씀이신 그리스도(로고스)를 통하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도 대화에는 ‘나’와 ‘너’가 있어야 하고, 말씀이 계셔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내가 소통이 됐다고 느끼더라도 하느님께서 해주시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교회를 사랑하고 성직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잘 간직하고, 이웃들에게 좋은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시는 신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당부 드리고 싶은 것 하나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하느님께 다가설 수 있는 신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신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그런 작은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00363¶ms=page%3D1%26acid%3D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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