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2025년 춘계 정기총회
바티칸시국 행정부 차관이며 전(前) 교황청 전교기구 총재인 에밀리오 나파 대주교의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2주년 기념 미사 축사
2025년 3월 26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공동 집전
공경하는 안드레아 추기경님, 존경하는 형제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 12주년을 기념하는 이 미사를 마치며 짧게나마 인사말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16,18). 2013년 성령께서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자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교황명으로 단순함과 겸손함의 대명사인 프란치스코를 선택하셨습니다.
잠시 침묵하며 우리 교황 프란치스코와 그분께 맡겨진 베드로 사도의 직무를 위하여 다시 한번 기도합시다. (침묵 4-5초) 어떤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회를 더 복음적이고 선교적으로 변화시키시려고 기울이시는 노력을, 칫솔로 성 베드로 광장을 청소하는 일에 비기는 농담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그 농담에 동의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일을 교황님 홀로 외로이 하시도록 내버려둡니까?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작은 칫솔을 손에 움켜쥐고 모두 성 베드로 광장에 나와 그분과 함께 광장을 청소한다면, 교황님의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콘클라베에서 이루어지는 교황 선출은 성령께서 이끄시는 일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가 보편 교회의 목자로서 보여 주는 방향과 메시지는 모든 교회에 하느님께서 보내 주시는 표징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꿈과 희망은 그분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의 것입니다.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시작하여 2016년 자비의 특별 희년과 2025년 올해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선포된 희년을 통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언제나 ‘희망’을 당신 교황직의 중요 메시지로 강조하셨습니다.
얼마 전 출간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원제목은 ‘Spera’(희망하라)입니다. 희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이 희망은 단순한 동사가 아니라, 명령법으로 표현된 동사, 우리의 구체적인 답을 요구하는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이 희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와 그의 가르침이라는 굳건한 반석 위에 토대를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토대 위에서만 우리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부지런히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어떠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희망이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다 함께 기도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하여, 교황님께 맡겨진 베드로 사도의 직무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교황님을 통하여 드러나는 전 세계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분께서 바라시는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전쟁은 어떤 경우든 모두의 패배입니다. 주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교황님을 통하여 전해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은총을 구합시다. 우리도 선교하는 제자로서 다시 태어나 교황님과 함께 꿈을 꾸고 희망을 품으며 작은 일부터 실천하고자 소매를 걷어붙여 봅시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베드로 사도직을 수행하시는 데에 기쁨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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