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대 마산교구장 착좌식 축사
주교회의 의장 축사
[2025년 2월 12일,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
지극히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이성효 리노 주교님을 마산교구의 제6대 교구장으로 보내 주심에 감사드리며, 새 교구장을 맞이하는 마산교구 사제단과 모든 교구민들께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새 교구장 주교님을 모시게 되어 그 기쁨과 환희가 충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꿀 같은 단비처럼 우리의 목마름을 가시게 해 줄 훌륭한 목자가 오셨으니, 이제는 마산교구가 더욱 활기차고 역동적인 신앙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기쁨 가득한 오늘, 저는 먼저 마산교구 제5대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6년 6월 8일에 주교품을 받으시고 교구장으로 착좌하신 후, 교구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하시던 주교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비록 6년 남짓의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주교님의 헌신 속에서 교구 설정 50주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마산교구는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우리에게 늘 웃음과 따뜻함을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을 되찾으시어 우리 곁에 머무르시며 위로와 희망의 버팀목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2022년 8월부터 교구장 서리로 마산교구를 이끌어 오신 존경하는 신은근 바오로 신부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구장좌가 예상보다 길게 비어 있었지만, 신부님께서 든든히 중심을 잡아주셔서 마산교구의 크고 작은 일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 안에서 교구 공동체가 일치하여 새 교구청을 건립하고 미래를 바라보며 내실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의연하게 아버지처럼 막중한 소임을 다하며 수고를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다시 ‘원로 사목자’로 돌아가셔서 마음 편히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소임을 맡아 애써 주신 신부님께 다시 한번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6년 설립 60주년을 앞둔 마산교구는 이제 새로운 교구장 주교님을 얻고 크게 도약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효 리노 주교님은 2011년에 주교품을 받고 13년 8개월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수원교구의 총대리 직무를 열정적으로 수행하셨는데, 저로서는 솔직히 그동안 동고동락하던 주교님을 보내드려야 하는 아쉬움도 매우 큽니다. 하지만 수원교구에서 여러 중책을 맡아 ‘준비된 교구장’으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신 만큼, 하느님께서는 주교님을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부르셨다고 믿습니다. 이제 주교님이 태어난 고향 진주 지역을 포함하는 마산교구의 최고 목자로서 하느님 안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목하시며 그분의 크신 계획을 실현하는 귀한 도구가 되시기를 빕니다.
주교님께서는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꾸준히 저술 활동을 이어올 만큼, 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 사셨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시며 성인의 영성을 따라 학자로 살아오셨고, 최근에는 AI 시대 윤리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연구를 이어가고 계십니다. 물론 주교님은 공부만 하는 학자에 머물지는 않으셨습니다. 7년간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낙태 반대,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활발히 펼치며 생명 문화 확산에도 힘쓰셨습니다. 그만큼 주교님은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그 시대에 맞는 교회 역할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분이십니다.
주교님께서는 학자이면서도 신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따뜻한 성품을 지니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교님의 출중한 친화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교님은 권위적이지 않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한결같이 상대를 존중하는 분이십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새로운 삶의 자리에서도 ‘친절한 주교님’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화목한 교구를 이끄시리라 믿고 기대합니다.
오늘은 이성효 리노 주교님의 교구장 착좌식이기도 하지만 마산교구가 새 교구장님과 함께 새로운 역사적 여정을 내딛는 날이기도 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마산교구의 모든 지체들이 교구장 주교님을 중심으로 한마음이 되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무쪼록 새 교구장을 맞이하게 된 마산 교구민들께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드리며,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길이 머물기를 빕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5년 2월 1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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