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미사를 드리고 난 후에, 두 자매와 잠깐 대화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명절이라 왔는데, 할머니가 성지미사에 가자고 해서 온 친구들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이었습니다.
할머니 말씀을 잘 듣는 손녀딸들이네요. 하면서 대화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언니는 본당에서 복사를 하고 있고, 이제 막 첫영성체를 한 동생도 복사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입복사는 6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참례를 해야 정식으로 복사가 될 수 있다는 힘든 과정도 알려주었습니다.
복사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요? 물었습니다. 언니가 대답했습니다.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신부님과 수녀님과 자주 만나고, 가끔 여행도 가서 좋아요.한번은 전에 계셨던 신부님을 찾아갔는데 반가웠고, 좋았어요.
동생은 아직 복사로서 경험이 일천해서 답을 하지 않고, 언니 주위를 빙빙돌면서 언제 대화가 끝날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복사하면 이것이 좋아요. 하는 대답을 질문과 동시에 했습니다. 3가지 이유를 분명하게 답했고, 최소한 중학교때까지 복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도 전해 주었습니다.
10월은 묵주기도의 달이면서 전교의 달입니다. 신앙을 알리고, 전하는 사명이 신앙인 모두에게 있음을 상기하고, 그 사명에 모두가 성실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는 10월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 성당에 다니면 무엇이 좋은가요?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앞서 소개해 드린 6학년 복사 친구처럼 최소한 3가지 이유는 지체 없이 답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당에 다니면서 세상을 밝게 보게 되었어요.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왕이면 장점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나 아닌 존재가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안심이 되더라구요. 저는 그분이 하느님이심을 믿고 있고요.... 사실 사람들에게 지쳐 있을 때, 성당에 잠시 앉아있으면, 그냥 편해요. 가끔 눈물도 나고요...
성당에 다니면 무엇이 좋은가요?..라고 묻는 분들에게 교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하는 답은 아직은 시기 상조일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당에 다니면서 느끼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툭툭 내뱉듯이 하는 답변들이 질문하는 분들에게는 공감될 가능성이 많을 듯 싶습니다.
(성당에 다닌다면서 왜 저래하는 표정으로)성당에 왜 다녀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보다 (성당에 다닌데, 어쩐지 다르더라 하면서...)성당에 다니면 무엇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는 괜찮은 신앙인이 되시기를 전교의 달에 기도하겠습니다. 저도 그리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용규 요한사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