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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골성지 신부님 글

7월 묵상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7-01 조회수 : 251

  +그리스도 우리의 빛!


  점점 더해가는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지는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력을 뽐내며, 더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의 기도와 관심 속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로운 보살핌 안에서 건강과 웃음 잃지 않고 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저에게 7월은 그저 일 년 중에 가장 더운 달일 뿐입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저에게 7월은 설렘이 가득한 달, 기쁨이 가득한 달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다시 찾아온 여름 방학 때문입니다. 그 설렘과 기쁨이 있는 동안은 7월을 그렇게 덥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노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땡볕 아래에서 보냈으면서도, 지금처럼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돈이 있어서 시원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먹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들은 저에게 선명하면서도 싱그러우며, 시원하고 청량합니다.


  지금은 더 이상 방학을 맞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설렘과 기쁨’도 없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들은 어디에 있고 어디에서 되찾을 수 있을까요? 분명 이 세상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찾은 것들은 꼭 붙들고 있어도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간직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를 신앙으로 눈 돌리게 합니다. 왜냐하면 신앙이 간직한 신앙의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삶에, ‘설렘과 기쁨’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 ‘설렘과 기쁨’의 ‘꺼지지 않음’이 우리를 희망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신앙의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삶을 떠올려 봅시다. 그들은 박해라는 가혹하고 처참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환경이 건넨 슬픔과 괴로움에 짓눌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은 하느님을 만난 설렘과 복음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세상의 달콤한 유혹보다 구원의 말씀을 듣고 충실히 실천하였기 때문입니다. 곧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고 말씀과 교리를 배우고 익혔으며, 배운 대로 가난하고 어려운 중에도 서로 돕고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고통 받으시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나고 인도하시는 성령을 체험하며, 설렘과 기쁨으로 무장되고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앞으로 올 모든 것을 새롭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삶을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때가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한 때로 만들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삶을 산 신앙의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모범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모든 순간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께서 이루신 것들을 차지하며, 세상의 것과는 다른 ‘설렘과 기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설렘과 기쁨은 꺼지지 않고 우리를 새롭게 하며, 우리의 삶을 신비와 놀라움으로 가득 차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신앙의 선조들과 순교자들처럼, 기도하고 진리를 배우고 사랑을 실천합시다. 그리하여 훗날의 우리에게 지금이 그냥 덥기만 했던 그저 그런 여름이 아니라 유난히도 선명하고 싱그러운 때로 기억되게 합시다.


  덥고 습한 때가 찾아왔습니다. 이 때에는 더 많은 주의와 사랑에 대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왜냐하면 음식도 빨리 상하고 우리의 마음도 쉽게 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도 이러한 요구들을 미루지 말고 잘 실천하였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풀죽은 사람처럼 살지 않고 자신의 생명과 신비를 뽐내는 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항상 몸과 영혼의 건강과 기쁨 안에 머무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