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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8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8-01 조회수 : 518

+ 자유가 여러분과 함께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8월 인사 올립니다. ‘코로나 19’와 지나친 폭염으로 힘든 요즈음 지혜를 발휘하시어 짜증 없고, 릴렉스하고 편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비대면 미사로 성지는 조용하고, 성지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자라는 잡풀만 신나 합니다. 그리고 양평의 새들이 매일 같이 회의라도 하듯 참새, 여름 철새, 까치, 까마귀가 신나게 저공비행을 합니다.

저는 코로나 19’ 팬대믹을 안식년이라 생각하고 공부하고, 기도하고, 운동하며 잘 지냅니다. 그런데 성지 이곳저곳에서 날 고쳐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자란 잡풀이 여간 미운게 아닙니다. 그래서 조경 반장님과 몇몇 자매님과 함께 이틀에 걸쳐 풀 매고 쓸고 닦았습니다. 그랬더니 속도 시원하고, 양근성지 순교 복자님과 순교자들이 흐뭇해 하는 것 같아 여간 기쁜게 아닙니다. 물론 폭염으로 작업을 하는 데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등짝에는 말벌에게 물린 훈장이 여러 개 달렸습니다. 폭염에 작업을 하면서 한여름 야외에서 근무하는 건설 노동자, 택배 노동자, 환경미화원등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 봅니다.

아침이면 많은 새 들의 노래소리에 잠을 깹니다. 성지에 사는 새들은 부지런하고, 용감하고, 자유롭습니다. 자기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새끼들을 보살핍니다. 이와는 반대로 공원의 비둘기들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기대어 살며, 공원을 좀처럼 벗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지에서 사는 새들은 자유롭고, 비둘기에게는 자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둘기들은 사람이 주는 먹이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속이란 누군가에게 묶여있고, 끌려다니고, 갇혀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예속된 인간은 자유를 박탈당합니다.

마르코 복음 521절에서 43절을 보면 회당장 야이로의 딸과 하혈하는 여인의 삶이 나옵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은 얼마나 아버지에게 예속되었으면 우리 강아지하는 식으로만 불릴 뿐 본인의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하혈하는 여인은 매일 같이 뭐 뭐 해야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며 당위로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에게 예속된 딸을 살리시고, 희생과 당위에 예속된 하혈하는 여인도 살리십니다. 참 멋진 이야기입니다.

저는 요즈음 스피노자와 열애 중입니다. 스피노자는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의식적인 욕망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한참을 생각해 보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지만 매우 일리 있는 사유라 생각합니다.

훗날 자크 라캉이라는 정신 분석가가 스피노자의 사상에 힘입어 타인의 시간과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기의 시간과 욕망에 따라 살 때 비로소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사상을 피력합니다.

한마디로 스피노자는 올바른 이성을 가지고 행동하고, 올바른 이성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선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진정 자기 욕망에 따라 살아갈 때 참으로 자유인이 된다는 것 입니다.  

거리 두기 격상으로 여름 휴가도 못 가는 분들에게 시 한편 소개합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입니다.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대는 님 맞으려 어디 갔던가?

네거리 에던가?

님은 티끌을 싫어해

네거리로는 아니 오시네.


그대는 님 어디다 모시려는가?

화려한 응접실엔가?

님은 손 노릇을 좋아않아

응접실에는 아니 오시네.


님은 부끄럼이 많으신 님

남이 보는 줄 아시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여

말씀을 아니 하신다네.


님은 시앗이 강하신 님

다른 친구 또 있는 줄 아시면

애를 태우고 또 눈물 흘려

노여워 도망을 하신다네.


님은 은밀한 곳에만 오시는 지극한 님

사람 안보는 그윽한 곳에서

귀에다 입을대고 있는 말을 다 하시며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자 하신다네.


그대는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어디다 차리려나?

깊은 산엔가 거친 들엔가?

껌껌한 지붕 밑엔가?

또 그렇지 않으면 지하실엔가?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깊은 산도 아니요, 거친 들도 아니요

지붕 밑도 지하실도 아니요

오직 그대의 맘 은밀한 속에 있네.


그대 맘의 네 문 은밀히 닫고

세상 소리와 냄새 다 끊어버린 후

맑은 등잔 하나 가만히 밝혀만 놓으면

극진하신 님의 꿈같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네.


예수님은 세상으로 파견된 제자들이 돌아오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조용한 곳에서 쉬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보통 사람이었으면 마귀는 몇 마리 쫓아내고, 병자들은 몇 명을 치유해 주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였느냐? 하고 묻겠지만 깨달은 예수님께서는 세상 냄새나지 않는 곳 즉, 골방에서 쉬라고 하십니다.

함석헌 선생님이 말하는 골방은 우리 내면 생각과 감정 너머 깊은 곳이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예수님 말씀에 대한 통찰이 놀라울 뿐입니다.

코로나 19’, 지나친 폭염인데도 휴가 가기 쉽지 않은 모든 분들은 조용한 곳에서 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우리 내면의 골방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강추 강추 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십시오. 


20218월 자유로운 여름 보내세요.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