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을 따르면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셨다. 규율을 정하시고 따르라고 강요하신 게 아니라 삶에 유익한 것을 가르치신 것이다.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 나 외에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 하느님을 섬기는 태도,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 이외에 많은 것을 가르치셨다. 가르침을 따르면 지혜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반복하시어 따르도록 하셨지만 우리는 금세 잊고 만다.
며칠 전이었다. 나는 매일 어둠이 내리면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낮에 이글거리는 태양을 이길 수 없어 갑갑해도 밤에만 움직이게 된다. 물길을 따라 걷는 안양천은 그래도 살랑거리는 바람이 있어 시원하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몸은 땀범벅이 되고 손수건은 흥건하게 젖어있다.
앞서 걷는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휴대전화를 붙들고 수다삼매경에 빠졌고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는 강아지 끈을 붙들고 걷는다. 초1쯤 되어 보이는 아들은 무척 착실해 보인다. 갑자기 초1 아이가 멈춰 섰다. 아이는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다가왔다. 허리를 반쯤 굽히고 두 손을 모으더니 내 쪽으로 내밀었다. 아이는 아주 공손한 자세로 내게 또박또박 말했다.
마스크 써주세요.
나는 잠시 당황했다. 코로나백신접종을 한 달 전에 맞춰 간혹 사람이 없으면 마스크를 내리며 걸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처럼 공손한 말투로 백신접종을 해서 괜찮다고 말했다. 아이는 네, 했지만 석연찮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밖에 말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몹시 초라했고 유치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 같아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아이와 멀어지려했다.
학교에서 마스크에 대한 교육을 단단히 받은 것 같았다. 자신을 지키려고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우려한 교육이었을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공손하게 마스크를 쓰라고 말하라는 가르침도 덧붙였을 것이고.
그 아이에게 학습효과는 만점이었다. 아이보다 열 배는 나이가 많은 나를 당황시켰으니까.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학습효과는 몇 점이 될까. 가르침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복작였다. 우리를 가르치신 예수님이 내려다보신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실지...
글. 유경숙 멜라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