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성지에도 찾아온 무더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곳 수리산 성지 계곡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주말이 되면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북적입니다. 물론 성지순례를 오시는 신자들보다는 계곡을 찾아오는 피서객들이 대부분입니다. 7월의 마지막 주일도 아침부터 주차난이 심할 정도로 많은 피서객들이 몰려왔습니다. 피서객들은 지금 계곡 그늘에 자리를 잡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서로 대화의 꽃을 피우기도 하고, 가지고 온 음식들을 나누기도 하며, 돗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자연이 주는 혜택이 얼마나 많은가를 느끼게 됩니다.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에어컨 바람 앞에 있을텐데 말이죠. 건강에도 좋지 않구요. 그러나 자연의 나무 그늘과 계곡물은 에어컨 바람보다도 더 시원하고, 공기도 맑아 건강에도 더 좋다는 생각을 하니 아무리 복잡해도 이렇게 찾아오는 피서객들의 발걸음이 이해가 됩니다.
이제부터 시작된 여름. 자연이 우리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시원함이 되어주는 것처럼, 덥고 그래서 짜증이 많이 나는 계절이지만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시원함이 되어주는 그런 이웃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해인 수녀님의 ‘여름이 오면’이란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름이 오면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나의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게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글. 이헌수(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