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뜨거운 한여름, 8월을 맞이합니다. 이미 3주가 넘도록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무더위에 건강하게 지내시는지 안부의 인사를 전합니다. 안 그래도 찌는 더위와 불쾌감에 알아서 기운 빠지게 되는 시기일 텐데 이 놈의 바이러스가 또 한 번 반갑지 않게 번져나가 우리를 묶어 놓는 탓에, 이제는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말들과 피로감이 쌓이고 지친다는 말들도 많이 듣게 되는 듯합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가 지속되고 있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만큼은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그래서 더 많이 가지게 됩니다.
저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 하지만 특별히 더 힘들고 가난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정신이며 신앙선조들에게서 배우게 되는, 하느님을 닮은 마음입니다. 경제적 긴박함에 놓이게 된 이들, 경제적 손실로 헤쳐 나가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겪는 막막함은 이제 시대의 과제가 되었고,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들의 수고는 갈수록 더 빛나고 있지요. 늘 어두운 뒷켠으로 밀려나게 되는 소외된 이들은 방역이나 의료 사각지대에서 포기상태에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돌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노인들의 처지는 외면할 수는 없는 함께 짊어져야 할 교회의 아픔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시대의 현실인데, 사실 이 현실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는 없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 안에서 하느님을 찾아야겠습니다. 하느님을 찾는다는 것이 바로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찾고 도우며 기도 안에서 아픔을 함께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각자 처해있는 나의 현실 안에서 어려움도 겪어내고 숱한 삶의 이런저런 사건들 안에서 ‘나의 하느님’을 찾고 그분과 관계 맺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며 ‘나만의 하느님’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내면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마주하는 영적 노력이야 그치지 말아야 하겠으나, 그렇게 마주하고 만나게 되는 하느님의 본모습으로 다가서려면 오직 ‘나’의 작은 영역 안에 하느님을 가지고 들어오려 하기보다 내 자신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을 주관하시고 인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창조주이신 천주께서는 홀로 주님이신 분이시기에 그렇습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의 처지 안에서 찾는 하느님을 교회와 함께 가난한 이들을 찾는 가운데 역시 만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조화를 갖추는 신앙일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거룩한 죽음을 기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영적 모범이 되도록 순교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으며 분주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빈자리를 열심히 채우는 것도 성지가 성지로서 존재하는 의미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름이 예쁜 밝은 하늘과 우뚝 솟아있는 순교자 현양비를 함께 바라보며 다시 하느님께로 마음을 모아봅니다.
여러분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대면하여 함께 미사 성제 올리지 못하더라도 늘 아픔 속에 있을 분들을 기억하고 또 죽은 영혼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무더위 이겨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