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성인의 원천적인 기도의 장소
더위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병목안 계곡을 찾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쉬거나,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봅니다. 모두들 즐거운 모습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연을 찾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최경환 성인은 성사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성당도 없는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내셨을까? 아니 어떻게 기도하면서 살아가셨을까?’
이곳에서 살아보니 답은 ‘자연’에 있었습니다. ‘자연’ 그 자체가 그에게는 기도이고, 하느님을 느끼고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자연의 소리를 통해 하느님께 기도했을 것입니다.
아침 동이 틀 무렵 들려오는 온갖 새 소리, 흐르는 계곡물 소리,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여름 개구리 소리, 가을 귀뚜라미 소리, 비오는 소리 등. 온갖 자연의 소리를 통해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자연의 색채를 통해 하느님께 기도했을 것입니다.
계절마다 옷을 바꿔입는 이 산속에서 봄에는 여린 나뭇잎들과 형형색색 피어나는 온갖 꽃들, 여름에는 짙은 실록의 나무들, 가을엔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나뭇잎, 겨울엔 하얗게 쌓인 눈 등. 자연의 색채를 통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자연의 향기를 통해 하느님께 기도했을 것입니다.
꽃이 피면 퍼져가는 온갖 꽃내음, 나무 향기, 풀 향기, 상쾌하고 맑은 공기 등. 자연의 향기를 통해 하느님의 향기를 맡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인은 ‘자연’을 벗 삼아서 비록 성당의 성채도, 조용한 성전도 없는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늘 하느님을 가까이 느끼고 만나면서 기도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최경환 성인에게 있어서 ‘자연’은 기도의 원천적인 장소였던 것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우리 신자분들도 시원한 자연으로 떠날 것입니다. 더위를 피해 떠난 그곳이 그저 쉼의 장소, 더위를 피하는 장소만이 아닌 하느님을 만나는 원천적인 기도의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곳에서 자연의 소리를 통해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자연의 색채를 통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며, 자연의 향기를 통해 하느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런 시간과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 수리산 성지에 순례를 오신다면 최경환 성인이 하신 기도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소중한 성지 순례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이 계절, 아무쪼록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우리 수리산 성지 후원회분들의 가정에 가득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