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빛!
점점 짙어지는 녹음들은 우리의 영혼에 생기를, 마음에는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을 더 잘 알도록 우리를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발견하며,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여김 없이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여섯 번째 달을 우리는 ‘예수 성심 성월’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하고 생각하다가, 문뜩 이 성지가 품고 있는 옛 일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도리 신부님께서 조선에 들어오실 때, 친구인 루도비코 볼리외 신부도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베르뇌 주교님의 명에 따라 도리 신부님은 손골로, 볼리외 신부님은 묘루니(현 성남 운중동)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손골과 묘루니는 약 15리(6Km)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길은 험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서 그런지 도리 신부님과 볼리외 신부님은 종종 서로의 거처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용기와 힘을 나누고 북돋기 위해 성가를 부르고 함께 기도하였으며, 힘내어 조선말 공부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현실을 헤쳐 나갈 슬기와 지혜와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굳건함으로 함께 순교하는 영광과 기쁨까지 누리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의 모든 순간을 좋은 친구와 함께 보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어렵고 힘에 부치는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면 혼자만 세상에 던져진 것 같은 외로움과 고독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들이 반드시 우리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너무 오래 시달리다 그 감정들에 속아 정말로 혼자가 되어버리면, 좋은 생각 대신 나쁜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됩니다. 게다가 무한정 늘어나버린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하여 계속 좋지 않은 것을 선택하게 하고 실수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는 악순환이 되어 우리를 더욱 더 무력하게 하고 자신마저도 믿지 못하게 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우리 각자에게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 속기보다 참된 진리를 잊지 말고 떠올리자는 것입니다. 그 진리란 무엇입니까? 조금 떨어져 지내고 있어도, 조금 다른 모습이어도 ‘우리에게는 마음이 아주 따뜻한 친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는 늘 심장에 타오르는 불꽃을 지니고 있는 예수님이십니다. 그 타오르는 불꽃은 우리에 대한 사랑이며, 늘 우리를 향하여 있고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찾지 않고 인식하지 못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바라봄을 기뻐하시고 우리의 부름에 친절히 응답하십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과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들을 더 깊이 헤아리며,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놀라운 것들을 알려주십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말해주시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다시 뜨거워지고 머릿속의 안개가 걷힙니다. 그리하여 다시 보게 되고 제대로 깨닫게 되며, 마음과 영혼은 용기와 생기로 가득 차게 되며, 이 힘으로 수렁에서 나와 다시 자신의 길을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친구는 우리를 내버려 두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늘 곁에서 우리의 정신과 마음과 영혼을 두드립니다. 어둠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만든 깊은 잠에서 우리를 깨우시려는 것입니다. 당신을 맞아들이며, 당신께서 가져오신 온기와 사랑, 지혜와 힘을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십니다. 그것들이 우리를 어둠에서 빛으로, 무력함에서 활력으로, 슬픔과 두려움에서 기쁨과 확신으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달은 마음이 따뜻한 친구를 찾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왜 예수님의 성심에 불꽃이 그려져 있는지, 그 불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놀랍고 신비로운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으로 새롭고 용감하게 되어 모든 것을 이겨내는 기쁨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성심에 한 발 더 다가가고 그와 함께 사는 새로운 시간을 시작합시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긴 장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불쾌함과 불편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 모든 것들은 기쁜 결실을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당장의 불쾌함과 불편함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에 기대며, 그분의 자비로우신 뜻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청했으면 합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행복한 한 달 보내시기 바랍니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