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의 기운이 가득했던 4월의 날들, 성지에는 부활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그에 응답하듯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나뭇잎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 자기의 자리를 채워가며 순한 바람을 맞이했습니다. 조심스럽게나마 성지로 발걸음 하시는 분들의 움직임들은 매일의 미사 후에도 빈자리를 잘도 차게 해주었고 성지 대문 맞은편 언제나 굳건히 서있는 순교자 현양비 터도 예쁘게도 만발한 벚꽃의 도움을 받아 순례객들과 나들이객들을 이끌었습니다. 온전히 제 모습을 되찾은 느낌은 아니더라도 작년과는 달랐던 성지의 봄,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하고 인사를 건네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기에 좋은 자리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부활시기가 되시기를 바라며 지난 달 여러분께 부활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물론 이미 익숙해져버린 일상의 나날들이 더해가는 것이 금방도 지나가버리는 매일이기에, 그 가운데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새로움을 마주하는 것은 어렵기도 한 일이지요. 그럴 때마다 부활이라는 사건이 부담이 아닌 희망으로 다가와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본질이 기쁨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요한 14,1a) 라는 그분의 말씀이 우리를 독려합니다. 행여라도 삶에서 만나게 되는 신앙의 ‘빈 무덤’ 때문에 다시 어둠으로 숨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님 부활의 참 뜻을 더 깊이 새기는 신비주간 보내시며 성령강림으로 약속하신 ‘지혜’를 청하는 한 달 되셨으면 합니다.
5월에는 ‘주님 승천 대축일’과 ‘성령강림 대축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비롯해서 전례력으로 기념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여러 순교자들(특별히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5월 29일)을 비롯해서 성인들의 축일과 성모님 축일들(‘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24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축일’-31일)이 이어지는 한 달, 특별히도 성모님을 공경함에 열심하게 되지요. 교회는 이 달, 묵주기도와 성모성월기도를 열심히 바칠 것을 권고합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주시기를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도 그분처럼 하느님을 위해 ‘비워 놓음’을 배워가는 것, 그것이 본 뜻일 것입니다.
그 본 뜻을 실천하기 위하여, 우리가 또 주목해야 할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바로 ‘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입니다. 요셉 성인을 바라보고 그 분에 대해 묵상하고 공경하는 것은 더 올바르고 풍요로운 성모신심을 갖는 것에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성적 간구하심으로 교회를 돌보시는 성모님처럼, 요셉 성인은 부성적 보호로 교회를 수호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낳고 길러 봉헌하고 보호하시며 구원의 길에 온통 동참하셨던 성가정의 부모, 서로를 신뢰했던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을 통하여 우리 자신과 함께 우리 가정을 돌아보고 옳게 나아가도록 새기고 간구함으로써 한층 더 노력해 갈 길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이미 바라고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가정의 달이며 성모님의 달을 지내며, 성지 가족 여러분의 가정을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고 미사 봉헌하겠습니다. 초록의 내음이 가득해가는 성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