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어농성지 후원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꽃피는 춘삼월에 어농지기 바실리오 인사 올립니다. 지난겨울 매서운 추위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따스함이 우리 곁에 함께 머무는 요즘입니다. 이제 곧 우리 성지에도 예쁜 꽃들과 싱그러운 새싹들이 얼굴을 보여줄 것입니다.
사순시기를 살고 있는 여러분의 근황은 어떠하십니까? 저는 며칠 전 아침 봄기운을 느끼며 기분 좋게 일어났습니다. 기온도, 푸른 하늘도, 아침 햇살도 모두 만족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온갖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 찬 저의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기온을 확인하고,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 발생했는지를 체크합니다. 씻고 성지를 돌며 묵주기도를 바칠까, 바로 나가서 산책을 할까 잠시 고민하는 중에 오늘은 성지에 몇 분의 순례자가 방문을 할까 하는 생각이 찾아옵니다. 날씨가 좋으니 10명만 함께 미사를 봉헌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갑니다. 물을 마시면서 아침을 먹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녁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아침이면 살찌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봄, 여름, 가을 그렇게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날 만큼 소란스럽게 들리던 새 소리가 아직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잡다한 생각들이 어느새 머릿속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겨울동안 그 많던 새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일부는 따듯한 곳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수천마리도 넘는 새들이 어쩜 이렇게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추고, 또 어느 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출현해서 8개월 정도를 쉬지 않고 노래할까?
사순시기 나의 마음은 저잣거리와 같이 왜 이렇게 산란하고 정신없고 잡다한 생각들로 넘쳐나는 것일까? 파스카 축제를 지내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채찍을 만들어 휘두르며 탁자들을 엎어버리실 만큼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시는 이유는 성전을 더럽힌 사람들 때문입니다. 매일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하고, 성체와 성혈을 모시는 사제의 마음이 혼잡한 장터와 같이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생각과 일들로 가득차 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하느님의 성전인 나의 내면을 남의 얘기, 나의 이야기, 이런 저런 소음으로 가득 채워서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고 깨닫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사순시기를 사는 요즘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성전에서 사람들은 소와 양과 비둘기를 사고 팔았다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는 탐욕(정욕)을 상징하고, 여기저기 끌려 다니는 양은 자유가 없는 노예를 상징하며, 항상 푸드득거리는 비둘기는 평화롭지 못한 상태의 분심과 잡념을 상징한다고 안셀름 그륀은 말합니다. 하느님의 성전을 장터로 만든 저의 어리석음이 예수님 손에 채찍을 들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사순시기 동안 저잣거리 같은 제 마음을 하느님의 성전으로 돌려놔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의 소식인 뉴스보다 하느님 소식인 복음말씀을 먼저 찾고, 악인들의 회개보다 나의 회개를 위해 먼저 기도하고, 라디오 소리보다 예수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제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어농성지 가족 모든 분들도 은총의 사순시기 보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어농지기 박상호 바실리오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