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생을 마치시기 전에 가셨던 길을 따라가 본다. 억울함에 격정을 누르시느라 힘드신 것보다 자신의 희생으로 인간을 구원하는 게 우선이셨다. 지금처럼 가벼운 재질이거나 디자인이 날렵하고 세련된 십자가가 아니었을 것이다. 둔탁하고 다듬지 않은 무거운 나무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길, 골고타언덕 길이다.
십여 년 전에 성지순례를 갔었다. 이집트와 요르단을 거쳐 예루살렘까지의 여정이었다. 날씨가 매우 좋았고 일조량이 많아선지 과일의 빛깔도 고와 먹음직스러웠다. 토마토가 특히 달고 싱싱해 가져오고 싶을 정도였다.
이스라엘에서의 마지막일정은 십자가의 길인 골고타언덕을 오르는 것이었다. 전날까지 햇살에 눈이 부셨고 하늘은 유난히 파랬다.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조각이 그림이었을 정도다. 골고타언덕을 가기위해 숙소 리셉션에 모였다. 파랗기만 했던 하늘은 뿌옇고 멀리서 먹구름이 달려오고 있었다. 따뜻한 기운은 금세 사라지더니 비바람이 거세게 도시를 뒤덮었다. 혹시 싶어 가져온 우산을 꺼내들고 십자가의 길을 향해 발짝을 떼었다. 강한 바람 탓에 우산이 뒤집혔고 아예 접는 편이 나았다. 기도문이 왜 그리 가슴을 헤집는지 눈물이 빗물에 섞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 좁은 시장 길을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밟으며 예수님의 발자국이 남아있으리라 상상을 했다. 아무 것도 지니지 않아도 힘든 길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며 고통 속에서도 인류구원만을 생각하셨을 것이다. 예수님이 잠깐 순을 고르셨던 곳도, 어머니인 성모님의 눈물을 보시고 위로를 해주셨던 곳도, 십자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지셨던 곳도, 마지막 숨을 거두셨던 곳에 다다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예수님의 겪으신 고통으로 받은 선물이며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사랑을 받아서였다.
고난이 끝나고 다시 살아나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가슴 속을 빈틈없이 채웠던 예수님의 삶을 마음으로 따라가 본다.
기쁨과 행복의 환한 날들이 영원할 것 같아도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허우적거리며 고통에 갇혀 앞이 보이지 않아도 끝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골고타언덕은 한생의 모습이다.
고통을 겪었기에 행복은 더욱 찬란하고 고통이 버거워도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로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사랑이고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내가 올랐던 골고타언덕은 인생의 여정을 미리 보여주시려는 예수님의 뜻이고 따르기를 간절히 바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