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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2-01 조회수 : 8

찬미예수님!


  늘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리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형제 자매님과 순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운 겨울이 지나고 이제 조금씩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겨우내 내렸던 눈이 얼어 성지 곳곳에 있던 얼음도 조금씩 녹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로 성지순례객이 없어 조용히 보낸 지난 겨울이었습니다. 움츠려있었던 마음을 기지개펴고 다시 활기찬 마음으로 일상을 좀 더 새롭게 시작해보고픈 마음입니다. 

  매달 회보를 쓸 때가 되면 이번에는 무엇을 쓰나 걱정이 됩니다. 2페이지나 되는 면을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채우나 이만저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글쓰기 책을 통해서도 새삼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내용을 쓸까 고민하다가 책장에 꽂혀있던 <상해 천주교 요리> 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학교 1학년 때 수업과목이었던 신학원론 시간의 교재로 구입했던 것인데 지금까지 잘 보관해오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단순히 제목만을 보고 ‘중국 상해에 무슨 천주교에 관련한 먹을 요리가 있나’ 라는 우스운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것이 아니고 이 책은 윤형중 신부님이 1934년 한국 천주교회의 공식 교리서로 간행된 <천주교 요리 문답> 이라는 책의 주요 교리를 상세하게 풀어 주해한 책이었습니다. 

  옛날 천주교 교리서들은 문답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질문이 나오고 그에 대한 답이 나오는 형식인데 연세가 드신 어르신 신자분들은 이러한 교리서를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천주교 요리 문답>은 이후 1967년 <가톨릭 교리서>가 나오기까지 33년간 신자들의 신앙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천주교 요리 문답>이 공식 교리서의 자리를 내어준 뒤 후대에 태어난 저는 <천주교 요리 문답>을 접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문답식으로 풀이된 박도식 신부님의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라는 책으로 비슷한 형식의 천주교 교리를 접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상해 천주교 요리>는 저로 하여금 <천주교 요리 문답>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천주교 요리 문답>의 조목들을 좀 더 상세하게 풀이된 내용으로 접하게 해줄 수 있는 책으로 이번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상해 천주교 요리>의 책을 펴 보니 윤형중 신부님의 머리말이 있었습니다. 그 서두에 현대 철학자 자크 마리탱이 그의 저서 <교육 철학>에서 말한 내용을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저도 여기에 옮겨봅니다. 

“데카르트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의 현대 철학 자체가 신학적 배경 없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상 철학은 그 자체가 신학에서 상속받은 문제와 곤란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세기의 문화 생활에서 철학은 신학에 의존하였다. 아니, 오히려 신학에 순종하였던 것이다. 현대 생활에서의 철학은 세속화된 신학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필자가 철학에 관하여 고찰한 것은 아직도 진정에 가까운 신학이다. 신학이 없이는, 적어도 무의식중의 신학 없이는 누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의식중에 개입하는 신학의 불편을 제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학 그 자체를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인문교육은 신학적 지혜가 관계하는 특별한 영역의 지식 없이는 완전히 성취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크 마리탱이라는 철학자가 신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사회의 우리들에게 인문교육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비판이 많았습니다. 대학에서 인문과목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오래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문교양에 대한 교육의 부족에 대해 문제점들을 인식하였는지 TV에서 인문관련 프로그램들이 고정적으로 비교적 여러 편 편성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 모습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인문학의 배경에는 신학적 지혜가 필수불가결이라고 지적하는 한 현대의 철학자의 말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우리가 좋은 인문학적 배경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신학에 대해, 즉 교리에 대해서 많든 적든 알고 있고, 하느님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리를 통해 하느님께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신 이유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인문학의 궁극적인 물음에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에 부족한 인문학의 궁극적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인 신앙인들은 교리를 배워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인문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신학적 지혜인 교리입니다. 윤형중 신부님도 현대인들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넘어서서, 궁극의 가르침인 교리를 천주교를 잘 알고 싶어하고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신앙인들을 위해 풀이해 주는 <상해 천주교 요리>를 작성하신 것이었습니다. 

  교리가 현대의 인문학적 필요에도 그 내면 깊이 부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앞으로의 회보에 <상해 천주교 요리>가 다루고 있는 교리의 해설들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작지만 여러분들의 신앙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강버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