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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3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3-01 조회수 : 16

+ 춘삼월이네요.


  3월입니다. 봄 내음 가득한 오후입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 하느님 안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고, 사랑하며, 용서하시고 사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한국 정치의 작태가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 야 간의 정쟁은 물론이고,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인들의 몸부림이 임계점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성경은 한국의 작금 정치 상황을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울지 않았다.’(루카 7,31-35) 하며 따로국밥이라고 표현합니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에는 고성과 야유 그리고 웅변만 있을 뿐 이성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또한, 특정 정치인을 광 신도 마냥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그리 할 일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 정치가 일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공부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높은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헤겔의 변증법 철학에 의하면 모든 역사와 정신은 정립, 반정립의 과정을 거쳐 종합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의견이 있고(정), 의견에 대한 갈등(반)이 있고 그런 다음 통합(종합)이 있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한국 정치가 대 통합의 길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나르시즘’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나르시즘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이상화된 자신에 대한 자기애적 왜곡을 의미합니다. 

  나르시즘은 누구나 적어도 본인의 마음속에 한 조각쯤은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하거나 덜 하나의 차이일 뿐입니다. 겉으로 드러난다면 본인의 이상이 좀 지나쳐서 표면으로 허영심이 표출되며, 일부 타인들한테 구설수를 당하는 정도의 약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좀 심하면 흔히 공주병, 왕자병 정도로 불리게 되며 허영심의 과다로 인해 타인에게 민폐를 밥 먹듯이 끼치거나, 타인의 인생, 꿈을 망치는 중증의 것까지 넓은 범위를 포괄합니다. 

  우리 인간이 오늘날 지나친 자기애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디지털 문화 때문입니다. 디지털 문화란 한마디로 손가락을 움직여 작동하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을 활용하여 일하고 생활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현대 생활을 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스마트 폰과 컴퓨터의 발달로 삶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결과로 심한 중독과 나르시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나르시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나만 아니면 돼’ 하는 마음과 자기 자신에 갇혀 타인과 웃고, 울고, 즐기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매일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허와 외로움 그리고 또 다른 자극으로 향락에 빠져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혼자 살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철학자 ‘샤르트르’는 그의 소설 ‘닫힌 방’에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타인과 연결 되지만 그 인간관계가 지옥과 같다는 것입니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샤르트르의 말은 반만 진실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들로 인해 상처도 받지만 타인들로 인해 위로도 받고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여하튼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일상의 편안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자기애라는 세상에 갇혀 낯선 타인과 나누는 모험과 즐거움을 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미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며,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평화의 인사를 하며 낯선 타인 혹은, 익숙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고 자신이라는 감옥에 갇혀있고, 나만 아니면 되는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다면 스마트 폰을 끄고 정성스럽게 매일 미사가 드려지는 성당으로 향하십시오. 그러면 이 세상은 결국 혼자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지에 있다 보면 순례객들이 기도는 하지 않고, 순례 도장과 인증샷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왜 성지 순례를 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미사 중 스마트 폰 전원을 끄지 않아 종종 소음을 유발합니다. 더 문제는 미사 중 전화를 받거나,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신자들을 보면 ‘참 안됐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순례이고 우리는 우리의 삶과 동행하시는 순례자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이루며 살 때 인생의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순례자 하느님은 결코 유튜브 안에, 스마트 폰 안에 계시지 않습니다. 지나친 컴퓨터 사용과 스마트 폰 사용은 우리의 영혼을 들뜨게 하고, 흥분하고, 충동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므로 너무 디지털 문화에 끌려다니고, 묶여있고, 갇혀 지내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춘삼월입니다. 조금 쌀쌀하지만 기지개를 펴고 산보 하며, 나와 마주치는 타인들에게 말은 걸지 않더라도 마음을 열고 사랑의 눈으로 보아 주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과 함께 운동하거나 산보 하면서 이어폰을 끼지 않고, 유튜브 방송을 듣거나, 음악을 듣는 건 참 민폐이고, 교양 없는 행위이니 서로가 배려 하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2025년 3월 순례자 하느님과 함께 산보 하며.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