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요즘 많은 걱정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이러다 지구가 폭발하거나 망하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살아있을 땐 그렇지 않을 거야, 라고 나를 위한 예측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듯 사납게 덤벼들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소멸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때로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좋은 해결사가 되기도 한다. 시간의 흐르면서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고 치자. 엎치락뒤치락 거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이 끈질기게 이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가 먼저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아직 힘이 남아 있던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그 사람이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험난했을 것이며 그 힘들었던 과정을 거치고서야 얻은 승리였다. 승리의 순간에 그 힘들었던 과정이 지나가고 만다.
친구가 인공관절수술을 하게 되어 매우 심란하다고 알려왔다. 나이가 들면 성한 곳이 있겠느냐고 했지만 그 친구에게 딱히 위로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심난한 상황도 지나갈 거라고 기도하겠다니까 목소리가 밝아진다.
지나가기까지의 과정이 왜 두렵지 않겠는가. 버거움에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고 아픔을 호소할 수 있다면 버거움의 무게가 줄어든다. 온힘을 다해 무거운 가재도구를 혼자서 옮기려 했을 때 한숨부터 흘리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같이 들어준다면 원하는 곳까지 옮길 수 있으며 무게가 반으로 줄어 버겁지 않을 것이다.
지금, 아득해서 앞이 보이지 않아도 의지할 대상이 있다면 아득함을 지나 밝은 빛으로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의지의 대상이 하느님이시라면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