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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부님 글

학원 숙제를 안 했습니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2-01 조회수 : 28

겨울인데 생각보다 춥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침에 산책을 하다 보니까 이게 겨울인가? 봄인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이제 곧 봄이 오려나 봅니다. 이번 달 글을 쓰면서 고해성사 때 있었던 일이 기억이 났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고해성사를 하면서 참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떤 할머니가 고해소에 들어오셨는데 고해를 하런 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왜 들어오셨나 했더니 고해소에 아무도 안 들어가서 신부님 심심하실까봐 들어왔다고 합니다. ‘신부님 건강하세요’ 하고 나가시는데 참 고마운 기억입니다. 어떤 분은 고해소에 들어오셨는데 미사시간 늦을까봐 뛰어오셨나 봅니다. 그런데 이 분의 말씀 ‘신부님, 급하게 오다가 성찰한 걸 다 잊어버렸는데 어떡하죠?’ 이럴 땐 어떻게 합니까? 기억나는 것만 하시면 돼죠. 그런데 오늘 나누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초등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고해를 합니다. 초등학생들은 내용이 거의 비슷합니다. 부모님 말씀 안 들었다. 동생이나 언니랑 싸웠다. 동생 때렸다 그래서 동생이 울었다 거의 이런 내용인데 이 학생은 하나 더 있습니다. “학원숙제를 안 했습니다.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저는 순간 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학원숙제를 안 한 것이 죄인가? 학원숙제를 안 한 게 죄가 되는 건가? 죄가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숙제를 안 한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칠죄종 중에 나태함도 포함되어 있지만 숙제를 안한게 고해성사를 봐야 될만큼의 죄인가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무의식적으로 열심히 살지 않는 건 죄라고 생각합니다. 잠시라도 게으르면 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를 쓰고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됩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재밌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하느님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닐까요?